내 손에 잡힌 Stevenson의 네 번째 소설. 지난겨울, 야생화가 없는 계절, 내게 새로 붙은 습관은 ‘상세 줄거리’를 쓰기 위해 소설을 읽어나가면서 그때그때 메모 정리하기. 하지만, 이 소설에선 그 문체 그 스타일에 그냥 빨려들어 가다보니 그런 생각 다 잊었었다. 오죽하면 마지막 페이지를 덮는 그 순간이 되어서야, 어, 사전 한 번 안 찾았네, 생각이 들었겠는가. 국내는 물론 외국의 그 어느 검색엔진에도 summary가 없을 정도로 알려지지 않은 소설이니, 누가 읽는 것을 방해할까 하는 스포일러 걱정 없이....
http://www.gutenberg.org/files/35247/35247-h/35247-h.htm
나 Lester는 Mr. Royce의 법률회사에서 일하고 있는 변호사. Royce는 오늘 학창시절부터의 친구 결혼식에 가는 날. 그로부터의 전보, 당장 여기 Elizabeth로 달려오라고. ‘초상집’ 분위기 그곳. 식이 시작되기 바로 몇 분 전에 무슨 편지인가를 받은 신부가 웨딩드레스 차림으로 사라져버린 것. 충격에 빠져 있는 신랑, 무슨 일이 있어도 그녀를 찾아달라 애원하는 그. 그를 위로하는 애처로운 모습 신부의 어머니.
신랑 Curtiss에게 떨어지는 당연한 질문, 지금 돌이켜 생각해 무엇인가 이상했다고 느껴지는 점은 없는가? "There wasn't a cloud—not a single cloud! It was too perfect, I suppose—too perfect for this world. I've heard that perfect things don't last. But I don't understand—I can't understand!"
신부 Marcia의 어머니 Lawrence부인의 '차분하기 그지없는' 모습. Perhaps the old sorrow had taught her how to bear the new one.
방금 찾았다며 신부가 남긴 쪽지를 들고 오는 하녀 Lucy Kingdon. 그 내용, “사랑하지만 결혼이 ‘불가능’하기에 사라진다. 이 길밖에 없다.”
짚이는 것이 전혀 없다는 Mrs. Lawrence. 그런데 이상하게도 바로 그날 저녁 그녀가 Lester를 불러 ‘조사’를 멈춰 달라고 부탁을 하고...
(이쯤 되면, ‘불가능’의 가능성은 딱 하나, 이 신랑도 Mrs. Lawrence의 '....' 아들! 책을 덮어? 그런데 몇 페이지 더 진행되다...)
신부로부터 직접 해명을 듣는 것은 신랑의 권리라며, 무슨 정말 ‘불가능’한 사연이 있는데 숨기고 있는 것 아니냐고 다그치는 Lester에게,
정말 불가능한지 아닌지 그건 진실을 듣고 난 다음 Curtiss가 결정할 일이라고 대답하는 Mrs. Lawrence. (잘못 짚었었구나... ㅠㅠ 그러면?)
대낮 그 시간대에 웨딩드레스를 입고 도망갔다면 누구의 눈엔가 띄었을 텐데 목격자도 없고.... 또 이상할 정도로 하녀가 차분하고.... 그렇다면 신부는 아직 틀림없이 이 집안에... 집 구조를 다시 차근차근 살피는 Lester. 가능성은 오직 하나, 신부가 오솔길 덤불사이를 지나 하녀의 집으로 숨어들었을 것.
밤 1시가 넘은 시간, 눈에 띄지 않게 담을 넘어서... 안에서 움직이는 사람의 기척을 확인하고.... 그렇지만 안으로 들어갈 용기는 나지 않고...
낮에 다시 그 집으로. 그를 맞아들이는 Lucy의 언니 Harriet. Marcias는 여기 없다고, 못 믿겠으면 다 찾아보라고. 표정에서 느껴지는 진정성.
벽에 걸린 초상화, 이상하게 낯이 익어 보이는 얼굴. 누구를 그린 것이냐 물어보니 Ruth Endicott가 그린 自畵像라고. 그녀를 아느냐고.
아까 이곳 교회의 목사 Dr. Schuyler로부터 듣는 이야기를 떠올리는 Lester.
(이 부분에서 사람들의 이름이 ‘정말’ 어지럽게 얽히는데, 그래도 추리소설에선 어느 복선 하나라도 놓칠 수 없는 일이니....)
Hiram Jarvis라는 지극히 보수적이고 엄격하기 그지없는 아버지에게 Mary라는 딸이 있었다.
그런데 그녀가 이 아버지의 증오의 대상인 자유분방한 젊은이 Boyd Endicott와 비밀결혼 후 도망갔다. Boyd는 서부로 갔다가 죽고...
Mary Jarvis는 늙은 부자와 결혼해 Mrs. Lawrence가 되고, Marcia Lawrence는 이 부부 의 딸이다.
(이어지는 다른 사람들에 관한 이야기는 생략, 단지...) 지금 이 초상화의 인물 Ruth Endicott는 그 Boyd Endicott의 누이.
사람들 화제에 오른 이곳 현장에 나타난 신문기자 Godfrey(Stevenson 소설에 나오곤 하는 탐정), 그의 추론.
Marcia의 前남편이 나타난 것이다. 하녀Kingdon의 집으로 Marcia을 불러낸 그가 침묵하는 대가로 거금을 요구했고, 이번은 어떻게 넘기더라도 그런 요구는 계속될 것이라 판단한 신부는 도망갔고.... 그런 이야기라야 이 사건이 설명된다.
거기에 강하게 반발하는 Lester. 그가 본 사진 속 신부의 모습은 Andrea del Sarto의 Madonna 모습이었는데...(이 당시 추리소설에는 이렇게 관상학적인 판단을 하는 것이 일종의 유행이었던 모양.)
다시 하녀의 집을 찾아가는 두 사람, 선선히 시인하는 Harriet, 맞다고. 신부가 여기 숨어있었다고. 그런데, 지금은 다른 곳으로 갔다고.
그 말을 믿을 수 없는 Lester, 밤에 그곳을 다시 찾으니, 지하실에서 불빛이 흘러나오고.... 환기창 틈으로 어렴풋이 보이는 모습, 허리를 굽혔다 반복되는 동작으로 추정되기는 하는데, 무엇을 하고 있는지는...
문을 두드리는 그. 안에는 나오는 날카로운 소리, 당장 물러가지 않으면 총을 쏘겠다고. 정말이라고.
Mrs. Lawrence, 다시 찾아온 Lester에게. 하루만 더 기다려달라, 모든 비밀을 다 털어놓겠다.
그녀의 손에 들린 전보. ‘뉴욕에 무사히 도착.’ 발신지를 추적해 뉴욕 부둣가로 향하는 Lester, Curtiss, Royce 세 사람. 방금 떠나는 배에 서있는 Marcia의 모습. Liverpool에서 만날 희망으로 그 다음 배를 타고 떠나는 Curtiss.
(이 당시에는 그랬나보다. Elisabeth와 New York을 오가는 기차, 또 우편물 배달, 그리고 배, 모든 것이 쉴 새 없이 분주하게.....)
Elisabeth로부터 날아오는 Godfrey로부터의 전보, 재미있는 일이 일어나고 있으니 당장 달려오라고.
그날 수상한 사람이 나타났었다는 것을 순찰경관으로부터 알아냈다고. 그가 하녀의 집으로 들어가는 것은 봤는데, 나오는 것은 못 봤다고.
역시 또, 지하실 불빛, 반복되는 동작.
추측은 그만, 행동개시를 주장하는 Godfrey, 한 밤중의 가택침입은.... Lester의 경고. 호기심을 견딜 수 없는 두 사람, 결국 잠입.
지하실에서 일어나고 있던 일은... 시신을 바닥에 묻고.... 총격전.
다시 올라와보니 언니 Harriet는 이미 목을 매었고, 동생 Lucy는 총을 겨누고 ...
Harriet의 과거추적에 나서 알아낸 사실, 이탈리아 남자와 결혼을 했는데, 무위도식이 남자에게 착취만 당하고..
어느 날 本夫人이 나타나고... 그래도 착취가 계속되고... 견디다 못한 그녀가 총을 쏘고, 정신이상으로 수용소에 들어갔다가..
퇴원 후, 동생 Lucy에게 이끌려 여기 와서 살고 있었는데, 본부인이 죽자 그가 다시 여기 나타났고....
결국 Godfrey의 이론과는 상관없는 ‘독립적’ 사건.(이게 뭐지? 결국 소설 하나에 두 사건을 집어넣은 것? 설마....)
Lester, 중간보고도 할 겸 Royce의 집으로. 그가 보여주는 Curtiss의 사진들. 그 중 하나는 졸업반 때 여자로 분장한 그의 모습.
그 사진을 보자 말문을 잃는 Lester. 하녀의 집에서 봤던 초상화 그녀의 모습과 너무도 흡사한 그 모습에.... 그렇다면?
목사 Dr. Schuyler를 찾아가 그 사진을 보여주자 Boyd Endicott의 어릴 적 모습을 보는 것 같다. 그렇다면?
Curtiss는 Mrs. Lawrence와 전 남편에게서 얻은 아들이고, Marcia는 그녀가 나중 남편에게서 얻은 딸이라는 이야기.
(그럼 아까 Mrs. Lawrence의 그 이야기는 어떻게 되는 거지?)
이어 Mrs. Lawrence의 고모를 찾아가 듣는 진실. 결혼 식 바로 전 그 의문의 편지는 자기가 보냈다. 여기 사본이 있다.
‘내가 누군지 모를 것이다.(전혀 왕래가 없었음). 신문에 난 기사를 보고 알게 되었다. 지금 네가 결혼하려고 하는 남자는 바로 네 오빠다.’
이어지는 설명. 어느 날, 자기 오빠 Hiram의 딸 Mary가 찾아와 하는 말이 아버지 몰래 Boyd Endicott랑 결혼했고 같이 도망치기로 했다고.
그런데, Elisabeth역에서 기차를 잘못 타는 바람에 길이 어긋나 갈 곳이 없게 되었다고. 일이 딱하게 된 것은, 그런 사정을 모르는 Boyd는 Mary가 자기를 배신한 것으로 오해했고, 화가 난 그는 서부로 떠났는데, 거기서 며칠 만에 죽었고, 이 Mary가 아빠 없는 아이를 낳게 되었다는 것. 출산 중 혼수상태에 빠졌다가 깨어난 그녀에게 死産했다 둘러대고 그 아이를 Curtiss 집안에 입양을 시켰다. 물론 이건 다 Mary의 새 출발에 걸림돌이 되지 않도록 하기 위한 것이었고 그래서 Lawrence와 무난하게 결혼할 수 있었다.
Liverpool에서 돌아온 Curtiss, 무슨 새로운 소식 없냐 묻는 그에게, 자기들이 이런 이야기까지 들려줘야하는지 고민하는 Lester와 Royce. 그때 Elisabeth로부터 날아오는 Godfrey의 전보. ‘Marcia 돌아옴.’ 본인들 사이의 이야기로 진실을 알게되는 것이 옳은 방법이라 생각해, 그리로 향하는 일동.
Curtiss를 반갑게 맞아주는 Mrs. Lawrence. 잘 되었다고. 이제부터 자기가 털어놓는 비밀을 듣고, Curtiss 자네가 마음을 정하라고.(이건 또 무슨 소리? 여기에서 무슨 반전?) (사실, 이 부분의 묘사가 일품이다. 이러고 있는 어머니에게 자기가 먼저 입을 열어야하나 고민하는 Curtiss, 그가 자기 아들인지도, 아니 자기에게 아들이 있었는지조차도, 모르고 있는 그녀... 마치 무슨 오페라에 나오는 ‘엇갈린 이중창, 어지러운 음악’처럼....)
그녀가 털어놓는 비밀, 사실 Marcia는 내 딸이 아니다.(멋진 반전, happy ending 짝짝... ....?)
전 남편 Boyd Endicott의 누이 Ruth가 몸이 아파 플로리다로 요양을 떠났다, 거기서 딸을 낳고 죽었고, 그 딸을 내가 키웠는데 바로 이 Marcia이다.(에잉? 그럼 사촌간이잖아!) 자신 있게 말하건대, 친딸보다 더 사랑으로 키웠고, 그늘 없이 자랐다.
그때 플로리다로 동행한 하녀가 Lucy고, 그녀에게 비밀을 철저하게 지켜달라 부탁했고, 그 대가로 여기 별채를 제공했고, 사실 말이 하녀이지, 식구처럼....
(하긴, 이 당시 유럽 귀족들 사이에서는 사촌간의 결혼이 보편화되어있었으니.... 어쨌든 결국 해피엔딩인 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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