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읽기

대니얼 샤모비츠의 ‘식물들은 알고 있다.’

뚝틀이 2013. 4. 23. 01:12

원제 : Daniel Chamovitz의 ‘What A Plant Knows’

야생화 사진을 찍으러 다니며 골짜기 곳곳에서 벌어지는 너도바람꽃 잔치를 볼 때마다 어떻게 그들이 그렇게 동시에 꽃을 피울 수 있는지 궁금했었다. 어디 너도바람꽃뿐이랴. 얼레지도 마찬가지고, 금괭이눈 또한 다르지 않다. 내가 만든 이론, 텔레파시까지는 아니더라도 이들이 서로 대화하는 것임에 틀림없다고. 대화? 꽃 하나 필 때, 거기에서 향기가 나고, 그 향기가루 분자의 냄새를 맡은 다른 녀석들에게도 꽃 피울 의욕이 생기고, 그래서 결국 사람들의 군중심리와 같은 positive feedback이 일어나는 것이라고.

내친 김에 또 하나의 그럴듯한 이야기. 어째서 오랜 세월 야생화 취미를 견지해온 사람들 그들은 어떻게 그렇게 하나같이 동안이고 건강하지? 성격 덕분?  혹 이런 것은 아닐까? 그 사진사들이 다니는 꽃에서 나오는 항균세포를 땅 가까이에서 들이마시기에 그들의 젊음이 유지되는 것이라고.

물론 식물에 대해서 믿기지 않는 이야기도 수없이 많다. 누구는, 모차르트 음악을 틀어주면 포도가 잘 익는다 하고, 누구는 부부싸움 후에 창가에 놓인 꽃이 시들하더니 화해하고 나니까 다시 싱싱해지더라는 그런 식으로.

 

식물도 실제로 보고 듣고 냄새 맡고 누가 건드리는 것을 알까? 이 책은 막연한 추측 차원이 아니라, 객관적 실험을 통해 입증된 사실들을 바탕으로 그런 관점에 대한 설명을 시도한다.(출판사도 믿을만한 Scientific American.) 식물의 뿌리는 어느 부분에서 무슨 원리로 중력을 감지하여 밑으로 향하고, 줄기는 어떤 원리로 해 있는 쪽으로 구부러지는 ‘움직임’을 보이는지. 그들은 또 어떻게 낮과 밤 또 계절을 아는지. 그들은 어떻게 옆의 친구가 해충의 공격을 받은 줄 알고 그 해충을 먹는 벌레를 끌어들이는 물질을 분비해 자신을 방어하는지....

이 책의 매력 포인트는 식물에 대한 설명으로 들어가기 전, 인간에서의 그런 감각기능에 대해 미리 설명해가며 그 ‘원리적 이해’를 도와주곤 한다는 점.   

물론 내 추측을 직접적으로 받쳐주는 그런 내용은 없지만, 그래도, 식물의 후각부분을 읽으며 내 식물학자라면 한 번 그 ‘이론’을 입증해보고 싶은데 하는 의욕이 생긴다. 그 정도로 문외한도 쉽게 읽을 수 있는 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