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알고 있지만, 아무도 읽지 않는 책',
‘단테가 묘사하는 지옥을 가득 채울 만큼이나 많은 해설서가 있는 책’, 神曲.
‘그리스인 조르바’에서 카잔차키스가 틈날 때마다 신곡을 꺼내 읽곤 하는 장면에 끌려, 구텐베르그에서 이를 찾아놓기는 했었지만
‘지나치게 詩的’인 그 번역 文體에 질려 포기했었다. 지금 이 ‘강제휴식기’에 르네상스 이후 화가들의 삶과 그림들을 들쳐보다가,
다시 ‘그림 성경’으로 보곤 하던 Doré에 부딪치게 되었고, 결국 다시 http://www.gutenberg.org/files/8789/8789-h/8789-h.htm으로
들어오게 되었는데, 그림의 ‘테마’를 이해하려면 본문을 읽지 않을 도리가 없어, 읽기 시작했지만,
썩 마음이 내키지는 않는 문체에 ‘발만 반’ 담그고 있는 형국으로 있었는데,
우연히 훨씬 편하게 들리는 ‘평범한 어투’로 번역된 오디오북http://librivox.org/the-divine-comedy-by-dante-alighieri/을 발견하게 되어....
원래 이름은 단테가 아니라 Durante degli Alighieri.
(그의 사후, 그를 정치적인 이유로 ‘영구추방’했던 피렌체 사람들이 ‘유식한 라틴어’가 아닌 ‘보통사람들의 언어’로 쓰인
그의 시를 애송하게 되면서, 詩聖이라 할 만한 그에 대해 ‘몹쓸 일’을 했었다는 가책과 친근감에 이렇게 줄여 부른 모양.)
단테(1265-1321)가쓴 이 敍事詩의 원제목은 神曲이 아니라 단순히 ‘Commedia’였는데, (물론 ‘유머러스한 詩’ 그런 뜻은 아니고,
당시 사람들은 이야기가 ‘잘 나가다가’ 마음을 무겁게 하는 그런 쪽으로 결말이 나는 서사시를 문학적가치가 높은 것으로 여겼고,
그와는 반대 방향으로 ‘보통 사람들의 언어로’ 해피엔딩이 되는 쪽을 코미디라 불렀다고.)
나중에 보카치오가 신성한 내용이라는 뜻으로 ‘Divina Commedia’라 고쳐 부르고,
이 ‘Divine Comedy’를 일본인들의 ‘神曲’이라 번역한 것을 우리가 지금 그대로 받아서 쓰고 있는 것.
원래 이 서사시는 ‘단테의 이탈리아語’에서는 韻이 ‘아름답게’ 맞아 들어가며 노래처럼 들린다는데...
번역에서 그 韻이 나타날 수는 없는 일이니 그냥 상상이나 해볼밖에...
(librivox의 reading에서는 그 점을 의식해서인지 비록 그 ‘끝 운’을 맞출 수는 없지만 대신 ‘리듬을 타는’ 그 낭랑한 목소리가 제법....)
물론 이런 ‘어려운’ 작품을 읽기 전에는 어느 정도의 사전작업이 필요한 법. 찾아본 내용은 대충 이렇다.
단테의 생각, 인간 삶의 절정은 35세 무렵.(시편 어딘가에 사람의 수명은 70이라고 나온단다.)
그 자신도 1300년, 35세 때, 피렌체의 장관 격 자리에 올라섰지만, 정쟁에 휘말려 영구히 추방당하게 된다.
이 서사시는 1308년부터 죽은 해인 1321년 사이에 쓴 것.
‘어떻게 길을 잃게 되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살아있는’ 그가 길을 잃고 태양빛을 찾아 헤매다,
베아트리체가 보낸 베르길리우스의 안내로 지옥 연옥을 거쳐 천국에 이르게 된다는 내용인데, 총 100 曲canto.
(지옥편 34곡, 연옥편 33곡, 천국편 33곡인데, 이중 도레의 그림이 들어있는 지옥편만...)
베르길리우스Vergilius(영미에서는 Virgil)는 로마시대의 시인(BC70-BC20)으로, 단테는 그의 시를 애송하고 숭배하였음.
신곡을 연구한 학자들의 지배적 견해는 여기서는 그의 시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단지 인간의 理性을 상징하는 존재로 설정한 인물이라고.
베아트리체Beatrice는 단테가 9살 때 한번 보고 평생을 짝사랑했던 여인.
(그 후의 說은 여러 가지로 갈리는데, 단테가 작품을 위해 설정한 가상인물이었다는 설도...)
(지옥편을 읽고 나서, 이 '그림이 흐르는 음악'을 한 번 들어보는 것도.....)
이제 본문.
Canto I - II
35세가 되던 해, 태양을 찾아 헤매던 단테, 표범 사자 늑대의 모습을 차례로 보고, 공포에 질려 다시 어두운 숲속에 돌아와 있던 중
‘사람의 형체’를 보고 도움을 청한다.그는 ‘한때 살아있었던 적도 있었지만 지금은 영혼인’ 로마시대의 시인 베르길리우스.
그 맹수들을 이길 수는 없는 일, 자기가 ‘영원한 곳’으로 안내해주겠단다.
그러기 위해서는 ‘지옥’과 ‘연옥’을 거쳐야 한다며....
단테가 알기로는 사후세계를 다녀온 사람은 단 둘, 사도바울과 베르길리우스의 아이네이스Aeneid,
그 둘에 비해 하찮기 그지없는 자기는 살아 돌아갈 수 없을 것이라는 두려움이....
겁먹은 단테에게 베르길리우스가 들려주는 말,
헤매고 있는 당신을 본 베아트리체와 다른 두 여인이 자기를 보냈노라고.
이제 마음이 좀 놓인 단테는 그를 따라 나서는데....
Canto III
그들 앞에 우뚝 선 지옥의 문, 거기에 쓰여 있는 ‘지옥 소개 글’ 그 내용은,
"All hope abandon ye who enter here." "이곳에 들어오는 자, 모든 희망을 버릴지어다."
(1880년에 시작해 죽을 때까지 37년간이나 굳세게 ‘생각하는 사람’ 조각하기를 계속한 로댕Rodin,
그 출발인 ‘지옥문’은 바로 이 부분을 읽으며, 지옥을 내려다보고 있는 단테의 모습을 생각하며 시작한 것이라고.)
Gates of Hell, Rodin
Ante-Inferno, 단테 귀에 들려오는 수많은 사람들의 흐느끼는 소리. 이곳은 고통은 없지만 슬픔으로 가득 찬 곳.
천국도 지옥도 받아들이기를 거부한 영혼들의 장소. 자기만 생각하면서 살아온 자들이 있는 곳.
(아마도 단테에겐, 선과 악을 구분하지 못하는 이들도 결국 악에 눈 감아 악행을 방조한 셈이니 하는 원망이...)
계속 발걸음을 옮기는 두 사람, 그들이 도착한 곳은 아케론Acheron강, 本지옥의 경계선.
갓 죽은 영혼들이 기다리고 있는 곳에 험상궂은 뱃사공 카론Charon이 다가온다.
단테를 알아본 그, 산 자는 이곳을 건널 수 없다 말하지만, 베르길리우스가 ‘위’의 명령임을 일깨워준다.
건너지 않으려 발버둥치는 자들을 무섭게 다루는 카론. 그 광경에 놀라 기절하는 단테.
Canto IV
제1지옥, First Circle of Hell(Limbo)
(단테의 지옥구조도는 여러 곳에 나와 있지만 circle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지. 어설픈 번역보다는 그냥 제1지옥 이런 식으로...)
이곳은 그리스도 이전에 태어나 세례를 받을 수 없었던 자들의 장소.
베르길리우스의 설명에 따르면 아담·하와·노아·모세·아브라함·다윗왕 등은 그리스도의 십자가 代贖으로 구원받았고,
호메로스·헥토르·소크라테스·플라톤·아리스토텔레스·히포크라테스·유클리드·톨레미 등은 아직 이곳에.
사실 베르길리우스도 이곳 소속인데 지금 단테의 안내를 맡아 잠시 ‘외출’을 허용 받고.....
Canto V
제2지옥, 사나운 폭풍우가 영원히 몰아치는 곳. 半人半獸 미노스가 심사를 하는데, 욕정을 못 이긴 자들의 장소.
누가 있나 물어보니, 시저와 안토니우스를 유혹한 클레오파트라, 트로이 전쟁 원인이 된 미녀 헬레나 등이...
아~! 사랑의 노예.... 측은한 마음에 사로잡힌 단테에게, 그가 살아있는 者임을 알아차린 프란체스카가...
(늙은 불구자의 아내 그녀가 젊고 잘생긴 시동생과 욕정의 책을 읽다 참지 못해 키스를 하는데, 그 현장을...
로댕의 ‘키스’도 이 장면에서 착상을...)
Rodin's The Kiss (1888)
Canto VI
제3지옥, 폭풍우, 하지만 비가 아니라 오물이. 진동하는 악취.
三頭犬 케르베로스Cerberus에게 살을 뜯기는 이곳은 미식가와 폭식가의 지옥.
단테에게 다가오는 치아코Ciacco, 자기를 알아보겠냐고. 단테에게 암울한 피렌체의 미래를 예언하는 그.
자기가 알던 ‘선한’ 정치인들의 행방을 묻는 단테에게 그의 대답, 그들은 여기보다 더 험한 곳에 있다고.
Canto VII
제4지옥, 괴물 플루토스Plutus의 감시아래 깊은 도랑에서 서로에게 끝없이 밀어붙이고 밀어올리고....
이곳은 재산 모으기에 혈안이 되어있었거나 마구 낭비한 자들을 모아놓은 곳.
이 사람들은 누구냐 묻는 단테에게 베르길리우스의 답, 관리와 교황과 주교들이라고.
그러면서 덧붙이는 말, 이들의 공통점은 ‘행운Fortune’을 소중히 다루지 않은 것이라고.
Canto VIII - IX
제5지옥, 분노한 자와 우울한 자들의 지옥. 흙탕물 스틱스Styx강에서 분노에 차 서로 때리고 물어뜯고 있는 이들.
베르길리우스의 경고. 물밑에 잠겨있는 우울한 자들도... 단테는 자기의 옛 정적의 몸이 찢겨나가는 모습도 본다.
이제 ‘더 밑의’ 지옥Dis으로 가는 길.
여기선 베르길리우스도 속수무책,
산 자를 데리고 왔다고 항의하는
‘타락한 천사’인 악마에게 물어뜯기고,
단테를 돌로 만들어버리겠다고
퓨리(사지는 여자인데 뱀의 머리카락을 가진 여자)들이
메두사의 머리를 가져와, 그것을 막으려
단테의 머리를 덮어씌워줘야 했고...
하늘로부터 내려온 사자의 개입 후에야 겨우....
Canto X-XI
제6지옥, 異敎徒들을 가둔 곳. 여기서 교황 아나스타시우스Anastasius의 무덤 뚜껑도 열리고....
(이 교황 아나스타시우스496-498는 로마의 실력자 포니누스와 야합하여 이단 교리를 받아들였다고 전해짐)
또 에피쿠로스Epicurus도.
(고대그리스의 철학자로, 쾌락과 고통은 무엇이 좋고 악한지 알게 되니 좋고, 사람이 죽으면 영혼도 끝난다고 가르침.)
(단테는 여기서 독 연기를 핑계로 쉬면서 베르길리우스의 입을 빌어 나머지 지옥의 세부적 구분에 대해 설명한다.
Circle이 Ring으로 나뉘고 또 Ring이 Zone으로 나뉘고.... 이야기가 복잡해지고, ‘지루해질’ 것 같다는 예감이.....)
Canto XII-XIIV
제7지옥의 첫 번째 링, 끓는 피로 가득한 플레게톤Plegethon강이 흐르는 곳, 미노타우로스Minotaurus가 지키는 이곳.
과격한 폭력자들이 빠져있다 고개를 내밀면 지체 없이 켄타우로스Centaurus(상반신은 사람, 하반신은 말)들이
재고 있던 화살이 날아와.... 켄타우로스의 두목 키론이 단테에게 활을 겨누는 것을 베르길리우스가 막고,
안내자를 요구해 네수스Nessus(헤라클레스가 죽인 켄타우로스)를 받는데...
알렉산더 대왕, 아틸라(로마를 멸망시킨 훈족의 왕) 등등이 여기에.
제7지옥의 두 번째 링, 여기저기서 들려오는 애처로운 소리. 베르길리우스의 말에 따라 나뭇가지 하나를 꺾으니 피가 흐르고...
자기도 사람이라고.... 그가 들려주는 사연, 프레데릭 황제의 충실한 신하였는데, 모함에 걸려 분해서 자살했다고.
이곳은 자살자들의 지옥. 그들은 묘목 상태로 여기 심어져 자라며 나무가 되려하지만,
하피Harpy(반은 날카로운 발톱의 새, 반은 추한 얼굴의 여자인 괴물)에 연신 몸을 뜯기고...
제7지옥의 세 번째 링, 神聖冒瀆者들의 지옥. 바닥도 뜨겁고, 하늘에서도 ‘불 비’가 내리고.
(여기서부터는 ring이 다시 zone으로 나눠지고, 제8지옥에서는 다시 또 10개의 pouch로.... 읽는 사람 인내심 테스트?)
자연을 파괴한 자들은 ‘불 비’를 맞고,
고리대금업자들도, 자연에서 무엇을 만들어 내거나 예술도 아닌 방법으로, 돈을 굴리며 돈을 불린 죄로 마찬가지로....
Canto XVIII-XXIIV
제8지옥, 말레볼게Malebolge
(‘악의 도랑’이라는 뜻인데, 10개의 동심원 모양의 도랑 구조이고, 그 각각의 도랑이 볼지아bolgia, 영어로는 pouch)
자신의 이익을 위해 여자들을 배반한 자, 팔아먹은 자, 뚜쟁이들은 뿔이 달린 악마들에게 채찍질을 당하고,
메데이아Medea를 배반한 이아손Jason도 여기에.
(이 이야기는 즐겨 다루어지는 소재. 들라크루아의 그림도 여기에 한 장...)
Medea, about to murder her children, Delacroix, 1862
아첨꾼들은 분뇨 속에서 허우적거리고,
聖物 또 聖職을 팔아먹은 자들과 교황 니콜라스Pope Nicholas III도 여기에 이렇게 박혀 발을 그을리고,
점성술사, 神占치던 자, 마술사는 너무 ‘미래만 보려 했기에’ 이제는 고개가 거꾸로 틀어져 끝없이 걸어야하고,
부정한 관리, 공직에 있으면서 부당하게 이득을 취한 자, 사기꾼들, 이들은 칠흑 같은 어둠 속 역청에서 허우적거리다,
고개를 내밀었다하면 말레브란케Malebranche들이 그 순간에 달려들어 가차 없이.....
위선자들은 납덩어리 망토를 입고 걸으려 안간힘을 쓰고,
도둑들은 뱀에게 물어뜯기고, 사기꾼들은 불에......
죄인들과 이야기를 나눌 때마다 단테가 놀라는 사실. 웬 플로렌스 사람들이 이렇게도 많은지...
(억울하고 분한 단테의 속마음 또 세태에 대한 한탄이 작품 곳곳에서 기회 있을 때마다 튀어나오곤 한다.)
율리시즈에... 모하메드에.... 화폐를 위조한 자.... 얼음에 머리를 박고...
(이어 제9지옥도 언급되는 사건들과 인물들 검색하기도 너무 힘들고, 노래가 아니라 이젠 암호 呪文처럼 들리고,
살이 찢기고 목이 잘린 그림들은 보기에도 너무 끔찍해, 부끄러운 마음이지만....몇 canto는 그냥 생략, 마지막 제34곡으로 직행.)
Canto XXXIV
제9지옥, 거대한 사탄 루시퍼Lucifer의 본거지. 그 펄럭이는 날개로부터의 찬바람은 코키투스cocytus산을 얼리고...
단테가 보게 되는 얼음 속에 처박힌 배반자들의 모습. 그들을 지키고 있는 루시퍼.
검고 붉고 노란 루시퍼의 세 얼굴은 입에서 피거품을 뿜어내며 사람들을 씹고 있는데,
그가 씹고 있는 자들은 그리스도를 배반한 시저를 배반한 브루투스와 카시우스, 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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