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 이상한 연결고리였다. 읽을거리가 없던 시절, 무조건 서울의 서점으로 향했고, ‘별 볼일 없는’ 책으로 가득 찬 곳에서 투자한 시간과 수고가 아까워 그냥 ‘제목이 그럴 듯해’ 이 책을 계산대에 내밀었고, 어떻게 해서인지 모르지만 ‘논픽션’인줄로 알고, ‘fact를 빼고 생각의 흐름을 풀어나가면’ 이런 식의 자서전도 되는구나 하며 한 동안 감탄하며 읽어나가다, 어 아닌데 하며 왜 내가 이걸 논픽션으로 알았지 하며 쓴웃음을 짓다가, 상관없지 뭐 가상인물의 자서전이라고 생각하지 하고 '천천히 틈날 때마다' 꺼내 읽다가, 마지막 ‘페이지’에 가서 전혀 예상치도 못한 '소설다운' 결말에 마치 해머에 뒤통수 한 대 맞은 듯..... 그런데 '책'을 읽은 것이 아니라, 꼭 '화려한 화술' 배우의 독백을 듣고난 기분이다.
은퇴 후 외롭게 살고 있는 토니Tony Webster(작가는 1946년생, 이 소설은 2011년 작)가 지나온 삶을 회상하는 이야기의 시작은 사춘기 시절 친구들 이야기로부터.
토니의 3인 그룹에 끼어드는 전학 온 학생 애드리언Adrian, 역사 선생님을
"History is that certainty produced at the point where the imperfections of memory meet the inadequacies of documentation."
식의 대답으로 곤경에 빠뜨릴 정도의 사고수준 그. (사실 이 부분뿐이 아니라, 소설 내내 이런 스타일의 나레이션이...)
동급생의 자살사건, 풍문에 의하면 ‘어떤 여인’을 임신시킨 책임에 괴로워하다 목숨을 끊었다고. 이에 대한 이들의 열띤 논쟁.
“It seemed to us philosophically self-evident that suicide was every free person's right: a logical act when faced with illness or senility; a heroic one when faced with torture or the avoidable deaths of others; a glamourous one in the fury of disappointed love.”
그 당시 걱정 중 하나,
“Life wouldn't turn out to be like Literature.”
돌이켜 보면,
“It strikes me that this may be one of the differences between youth and age, when we are young, we invent different futures for ourselves; when we are old, we invent different pasts for others.”
졸업 후 케임브리지대로 간 애드리언, 토니에게는 거의 우상과 같은 위치에 남아있는 그. 토니가 사귀게 되는 여자 친구 베로니카Veronica. 까다로운 '신비성' 그녀지만, 어느 새 그녀의 집을 방문해 식구들에게 인사할 정도로 가까워졌을 때, 자랑도 할 겸 애드리언 및 옛 친구들과의 합석. 어느 날 애드리언으로부터 날아온 편지. 자기가 베로니카와 사귀고 있다고. 그 얼마 후 둘의 결혼, 자기를 ‘디딤돌’로 그에게 넘어간 그녀에 대한 원망. 몇 달 후 애드리언의 자살. 검시관에게 남긴 글,
"Life is a gift bestowed without anyone asking for it.... The thinking person has a philosophical duty to examine both the nature of life and the conditions it comes with..... If this person decides to renounce the gift no one asks for, it is the moral and human duty to act on the consequences of that decision...."
그의 理性과 결단이 부럽기만 한 토니.
40년 후,
“The time-deniers say: forty's nothing, at fifty you're in your prime, sixty's the new forty, and so on. I know this much: that there is objective time, but also subjective time, the kind you wear on the inside of your wrist, next to where the pulse lies. And this personal time, which is the true time, is measured in your relationship to memory.”
토니는 그 사이 결혼했다가 이혼한 상태.
“When we're young, everyone over the age of thirty looks middle-aged, everyone over fifty antique. And time, as it goes by, confirms that we weren't that wrong. Those little age differentials, so crucial and so gross when we are young erode. We end up all belonging to the same category, that of the non-young. I've never much minded this myself.”
어느 날 변호사로부터의 난데없는 연락, 베로니카의 어머니가 자기에게 500 파운드와 애드리언의 일기장을 남겼다고. 하지만 그녀의 딸, 즉 베로니카가 그 일기장 넘겨주기를 거부한다고. 편지를 받기 위해 그녀의 메일 주소를 알아내고, 만남도 계속되며...
“Does character develop over time? In novels, of course it does: otherwise there wouldn't be much of a story. But in life? I sometimes wonder. Our attitudes and opinions change, we develop new habits and eccentricities; but that's something different, more like decoration. Perhaps character resembles intelligence, except that character peaks a little later: between twenty and thirty, say. And after that, we're just stuck with what we've got. We're on our own. If so, that would explain a lot of lives, wouldn't it? And also - if this isn't too grand a word - our tragedy.”
話者가 ‘이야기를 아껴왔던’ 지난 날 애드리언과 베로니카에게 보냈던 ‘저주의 편지’도 나오고, (독자의 긴장을 늦추지 않으려는 작가의 권리)
진정한 ‘회한’... 또 다른 한 편으로 다시 옛정이 살아날 수도 있다는 ‘희망’도.... (이 역시 작가의 권리)
그러다 마지막 페이지에 (차마 여기에 쓸 수 없는 ‘충격적 진실!’ 이로서 '흐릿했던' 모든 것이 깨끗이 정리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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