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있다. 전에는 그렇게 힘들어, 다시 시작하다가 다시 포기하곤 하기 몇 번이었는데, 이번에는 다르다. 정말 재미있다.
그런데, 이렇게 열심히 하면서도 문뜩문뜩 드는 생각, 내 이 불어를 배워 도대체 무엇에 쓸 것이지?
그 다음 드는 생각? 꼭 무엇에 쓸 데가 있어야 뭘 배우는 것일까?
전에는 그랬다. 중국어는 나중에 중국에 가서 살려는 마음으로 배웠고,
일본어는 바둑을 배우느라고 배웠고, 독일어는 내 처음 여행지가 스위스라서 배웠고,
불어는 그곳에 자주 놀러가기 때문에 배웠고, 러시아어는 시베리아 횡단철도를 타고 여행하려 배웠다.
그럼 지금 불어 배우는 것은 또 그곳으로 여행을 떠나려? 그럴 마음은 없다. 다시 여행을 간다면 이번에는
그리스의 섬에 가서 시간을 보내거나 루마니아나 불가리아의 산록에서 지내고 싶다.
어쨌든 스위스나 프랑스는 아니다.
그럼 다시 프랑스어는 왜 또 하고 있는 것이지?
그냥 취미다. 노래 부르는 것이 무엇을 위한 것이 아니고 바둑을 두는 것이 무슨 효용성이 있어서가 아니듯이 그냥 배우는 것이다.
사실 불어를 다시 시작한 하나의 이유는 있었다. 레미제라블에 나오는 이 문장,
“별을 보는 데는 두 가지 이유가 있는데,
Vous regardez une etoile pour deux motifs,
그 하나는 밝기 때문이고, 또 하나는 그 속을 헤아릴 수 없기 때문.
parce qu'elle est lumineuse et parce qu'elle est impénétrable.
하지만 그보다 더 달콤하도록 눈부시고 위대하도록 신비한 존재가 있으니, 그대 여자여.
Vous avez auprès de vous un plus doux rayonnement et un pas grand mystere, la femme.”
이 정도의 문장을 한 번 읽고 암기하고 유창한 발음으로 풀어내고 싶은 욕구가 그것이었다.
그런데, 왜 이번에는 재미있지?
그건 바로 스페인어와 병행하는 이유 때문.
좀 지루해질 때면 스페인어 쪽에 매달리다 보면
마치 어느 사람과 이야기하다 그의 사촌과 이야기를 나누 듯,
두 언어에서 다 '언어'라기 보다는 '수학'의 성격이 강하게 풍긴다.
‘변화’는 있으되, 거의 같은 세계에 그냥 남아있듯, 흥미는 떨어지지 않는 그런 효과를 얻기 때문.
하긴, 이건 역방향으로도 마찬가지. 지금 난 스페인어에 매달려 있는데, 거기에 흥미가 유지되는 이유는 프랑스어를 병행하기 때문.
효용성? 그런 것 필요 없다. 그냥 할 때까지 해보는 것이다.
마치 그림을 보기만 하지 않고 분석하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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