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1부 이반
알료샤가 피예냐로부터 그루솅까가 기다리고 있다는 연락을 받습니다.
드미트리 체포 후 한 주일 동안 의식을 잃었었고, 5주 지난 지금도 아픈 상태,
그동안, 의지할 곳 없는 노인 막시모프Максимов를 거둬 말동무삼고 있습니다.
그루솅까가 말합니다. 드미트리의 폴란드인에 대한 질투심이 다시 살아나기 시작했다고요.
폴란드인은 처음에는 '2천 루블만' 꿔달라고 하다가, 2백으로 낮추더니, 지금은 가끔 2,3루블씩의 용돈을 얻어가고 있답니다.
하지만 알료샤에게는 까쪠리나에 대한 그녀의 질투가 더 큰 문제로 보입니다.
까쪠리나는 아직 한 번도 면회를 가지 않았지만,
모스크바에서 의사를 불러 미쨔의 정신감정을 의뢰하는 한편,
유명한 변호사 피츄코비치Фетюкович를 3천 루블이나 들여 고용했습니다.
그 변호사는, 사실은 훨씬 더 많이 받아야하지만, 러시아 전역에 알려진 이 사건에서 능력 한 번 발휘해보려 맡았답니다.
이제 내일 열리는 재판은 어떻게 될지.....
알료샤가 그루솅까를 안심시킵니다.
형은 당신 이외의 그 누구도 사랑하지 않는다고요.
그루솅까가는 그건 자기가 알아서 확인하겠다며, 부탁이 하나 있답니다.
이반이 두 번이나 드미트리에 면회를 갔었는데, 무슨 비밀인지 자기한테는 전혀 말을 않는다고, 그것 좀 알아봐달랍니다.
알료샤가 리제의 쪽지를 받고 그 집으로 갑니다.
‘중요한 건’에 대해 상의할 일이 있으니 꼭 와달라는 내용입니다.
자기 딸 만나기 전에 ‘1분’만 이야기하자며 혹흘라코프부인이 그를 잡아끕니다.
한참 신문 가십난에 난 자기와 미쨔의 ‘스캔들’ 이야기가 어쩌고 하며 횡설수설하더니,
며칠 전에 이반이 딸과 몰래 무슨 이야기인가 나누고 갔는데, 그 후 갑자기 딸의 히스테리가 심해졌답니다.
알료샤가 리제의 방에 들어서는데 그녀는 손도 내밀지 않고 노려만 봅니다.
"난 이제 너를 사랑하지 않아.
난 이 집에 불을 지르고 싶어. 난 나를 속이고, 도망가고, 괴롭히고, 불행하게 만들 사람을 원해.
유대인들이 부활절에 4살 아이를 십자가에 못 박았다는 이야기를 읽으며,
나도 거기서 느긋하게 마시며 그 모습을 봤으면 하는 생각도 했었어.
난 밤마다, 악마가 이 방에 가득한 꿈을 꿔.
내가 성호를 그으면 물러났다가, 내가 신을 부정하면 다시 내게 다가와.
그 꿈을 이야기해주려 누구를 오라했었어. 내 이야기 5분 듣더니 웃으며 나가더라. 나는 나를 경멸하는 사람을 좋아해.
참, 네 형 미쨔가 아버지를 죽인 것을 좋아하는 사람도 많아. 나도 그 중 하나지만 말이야.
여기 이 편지를 이반에게 전해줘. 그 부탁을 하려고 널 오라 한 거야."
알료샤가 나간 다음, 리제가 문틈에 손가락을 넣고 있는 힘을 다해 문을 쾅 닫아 자해합니다.
날이 어둑어둑해지기 시작할 때가 되어서야 알료샤가 감옥에 도착합니다.
그가 면회를 마치고 나오는 라키친과 만나지만, 눈을 다른 데로 돌려 외면합니다.
미쨔에게 라키친이 왜 왔었냐고 물으니, 글을 쓰려한답니다. 사회주의적 관점에서요.
한 인간이 어떻게 자랐기에 자신의 아버지를 죽이지 않을 수가 없었는지, 거기에 대해서요.
형이 말합니다. 지난 두 달 자기가 많이 변했다고.
자기 안에 있던 ‘다른 사람’이 튀어나왔다고. 이젠 탄광노동도 겁나지 않는다고.
"태양을 볼 수 없다 해도 태양이 있다는 것은 알 수 있지. 그게 바로 삶이야."
혹흘라코프 부인의 또 그루솅까의 이야기를 전해주자 그가 말합니다.
"바보이기 때문에, 바로 그 때문에, 정직한 사람들이 많지."
까쪠리나가 궁금해하던 미쨔의 비밀에 대해 물으니,
이반이 자기에게 탈주해 미국으로 도망가라고 ‘명령’했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자기는 생각이 없답니다. 일단 재판 결과를 보고 싶답니다.
형이 알료샤에게 솔직한 생각을 묻습니다.
"난 한 순간도 형을 의심해본 적이 없어."
알료샤가 까쪠리나의 집 문 앞에서 이반을 마주치는데,
이반은 만나자마자 굿바이하며 사라지려합니다.
까쪠리나가 얼굴을 내밀며 둘이 같이 들어오라고 명령조로 외칩니다.
알료샤가 미쨔의 부탁이라며,
내일 재판에서, 둘이 처음 만나게 된 계기를 설명하지 말랬다고 하자
까쪠리나가 묘한 웃음을 짓습니다.
여자의 마음은 악마와 같다며, 자기도 모르겠답니다.
어쩌면, 내일이후론, 자기를 발로 짓이겨버리고 싶은 충동을 느끼게 될지도 모를 일이랍니다.
이반이 나가자, 까쪠리나가 알료샤에게 그를 따라가라고 애원합니다.
이반은 지금 아주 위험한 상태랍니다. 열병을 앓고 있답니다.
의사가 그랬답니다. 뇌막염이라고. 그가 미쳤다고.
알료샤가 따라 나와 리제의 편지를 전해주자, 그는 읽지도 않고 봉투째 갈기갈기 찢어 던집니다.
무슨 일이냐 묻자, 그녀가 자기를 ‘제공’하겠다고 한답니다.
그러면서, 알료샤에게, 앞으로는 그 ‘악당’ 그 ‘괴물’ 미쨔를 만나지 말랍니다.
미쨔는 절대 살인을 하지 않았다고 알료샤가 대들자,
"그가 아니면, 그럼 그 간질병 환자가 그랬다는 헛소리를 믿으란 말이냐?"
"......"
"그럼, 나? 내가 아버지를 죽였다고?"
"형이 그랬잖아. 몇 번 씩이나. 아버지를 죽이겠다고."
"난 그때 모스크바에 있었어. 어떻게 내가......"
"까쪠리나가 결정적인 증거를 가지고 있어. 방금 내가 그것을 보고 나왔어.
하나님이 나에게 시키셨어. 형이 살인범이라고 믿지 않는다고 말하라고."
"알렉세이 표도로비치! Алексей Фёдорович! 지금 이 순간 이후론 절대 내 앞에 나타나지 마!"
이반이 마랴의 집으로 발길을 돌립니다.
그 사건 이후 스메르쟈코프가 요양하고 있는 곳입니다.
이반이 스메르쟈코프를 방문하는 것은 이번이 세 번째입니다.
아버지의 장례식은 사람들이 그의 행방을 찾느라 시간이 걸려 참석도 못했고,
기차를 타고 오는 내내 그의 머릿속을 떠나지 않은 생각은, 발작을 ‘예고’한 스메르쟈코프가 범인이라는 것!
그가 입원한 병원에 도착, 의사에게 제일 먼저 물어봤던 것, 혹 ‘가짜’ 발작?
하지만, 스메르쟈코프는 태연하기만 했습니다.
"내가 범행을 저지를 생각이었다면, 어떻게 그의 아들에게 그런 힌트를 미리 줄 정도로 미련할 수 있지?
난 오히려 당신이 의심스럽다. 이런 사건을 예견, 서둘러 자리를 뜬 것 아닌가?"
이반이 그에게 더 이상 혐의를 둘 수 없게 된 것은 마르파의 증언 때문입니다.
그녀는 자기가 스메르쟈코프의 발작 이후 항상 그를 지키고 있었고 했습니다.
떠나는 이반에게 스메르쟈코프가 던지는 말,
자기가 발작에 대해 미리 언급했다는 것을 사람들에게 이야기하지 않는다면,
자기도 그 전 날 이반과 나눴던 이야기를 털어놓지 않겠답니다.
스메르쟈코프가 퇴원한 후, 이반이 두 번째로 그를 찾아갔을 때 이야기, 이번에는 마랴의 집이었습니다.
그 사이 둘은 이미 약혼한 상태, 스메르쟈코프의 안경너머 눈빛이 악의에 차고 무례하고 교만합니다.
‘지난번에 이야기 다 끝났는데, 왜 또 왔지?’ 그런 눈빛입니다.
이번엔 이반이 단도직입적으로 묻습니다.
"지난 번 헤어질 때 했던 말이 무슨 뜻이냐. 날 협박하자는 거냐?"
"당신의 아버지를 죽이려는 의도를 다른 이들에게 말하지 않겠다는 뜻이었어."
"내가 아버지를 왜 죽이겠는가."
"생각해봐라. 아버지가 그루솅까와 결혼하게 되면 너희 형제들은 단 한 푼도 못 받게 되지 않나?"
이반이 그의 얼굴에 주먹을 날립니다.
"환자를 때리는 것은 신사가 할 짓이 못 되는데..... 그리고.....
"그리고 뭐 어쨌다는 이야기냐. 계속해봐라."
"아버지가 죽으면 아들 각각에게 4만 루블씩 돌아간다.
그런데 드미트리가 아버지를 죽이면 그의 몫이 사라지니, 당신과 알료샤 각각 6만 루블씩 받게 된다.
그래서 그 다음 날 일어날 사건에 대해 미리 알고 있었던 당신이 서둘러 자리를 비켜준 것이고..... "
"헛소리 그만하고, 발작의 시간 또 장소까지 이야기했던 네가 수상하다 네가 죽였지!"
외치는 이반에게 그가 대듭니다.
"내가 죽일 이유가 무엇이 있지?"
그의 책상위에 놓인 프랑스 책을 들쳐보는 이반에게 그가 말합니다.
"왜 내가 ‘좀 더 나은 유럽’으로 가면 안 되는 이유라도 있나?"
이반이 생각합니다.
"이 녀석을 죽여야 해. 이 녀석을 죽여 버리지 못하면 난 사람도 아니야!"
그리고 한 달 후.
이반이 궁리 끝에 끄집어낸 생각이 바로 유산 중 3만 루블을 이반의 탈출비용으로 쓰는 것.
까쪠리나가 이반에게 미쨔로부터의 편지를 보여줍니다.
“내일은 무슨 일이 있어도 3천 루블을 갚겠다.
아버지의 ‘머리를 부수고’ 그 베개 밑에 숨겨둔 돈을 가져와서라도.
당신의 종從이자 적敵으로부터.”
비수처럼 이반의 마음에 꽂혀있는 스메르쟈코프의 또 알료샤의 암시,
"맞아, 내가 죽이려고 했었어. 아버지가 죽어버리기를 내 얼마나 원했었는데.
나는 마음속으로부터의 살인자야."
눈발이 날리는 칠흑 같은 밤, 가로등도 없는 길.
농부가 술에 취해 ‘암시성’ 노래를 흥얼거리며 비틀거리다 이반에게 부딪칩니다.
이반이 그를 밀쳐냅니다. "이제 저러다 얼어 죽겠지?"
마랴가 달려 나옵니다. 그녀가 부탁합니다.
그가 매우 아프다고. 먹지도 마시지도 못하고..... 제발 이야기 짧게 끝내달라고.
스메르쟈코프는 이번에는 놀라는 표정도 아니고, 그렇다고 그에게서 무슨 적개심 같은 것이 느껴지는 것도 아닙니다.
"네가 많이 아프니, 딱 한마디만 묻고 가겠다. 그날 마랴가 같이 있었나?"
무표정으로 이반을 올려다보던 그,
"아픈 것은 내가 아니라 당신이다. 얼굴색이 말이 아니다. 흰자위가 완전히 누렇게 변했다."
"말 돌리지 말고, 같이 있었나? 그 대답을 듣기 전에는 절대 돌아가지 않는다."
스메르쟈코프가 그 대답은 않고, 갑자기 일어나 바지를 걷어 올리고 긴 양말을 벗으려 애씁니다.
"미쳤나" 지금 뭘 하는 거지?"
"그건 중요하지 않다."
그가 다가와 쓰러지면서, 양말 벗기에 성공해,
둘둘 말린 종이를 펼쳐, 그 속에 있던 돈을 꺼내듭니다.
"세어볼 필요도 없다. 3천 루블에서 단 한 푼도 건드리지 않았다."
"이게 뭐지?"
"자, 이제 나 좀 그만 괴롭히고. 꺼져!"
어리둥절해 하는 이반에게 그가 묻습니다.
"왜 그렇게 불안하지? 내일 재판 때문에?
내 아무 이야기하지 않을 테니, 그냥 꺼져! 가서 푹 자기나 해! 당신은 사람을 안 죽였어!"
"물론 난 아냐!"
"그래? 정말?"
이반이 그의 어깨를 움켜쥐고 흔들어댑니다.
"자 이제 털어놔! 모든 것을 털어놔!"
그가 차갑게 내 뱉습니다.
"당신이 죽였어."(그의 말에 겹쳐져 알료샤의 목소리도 울립니다.)
이반이 털썩 주저앉습니다.
"너 완전히 미쳤구나!"
"아직도 이 광대극에 지치지 않았나? 진짜 살인범은 너야.
나는 이 광대극에서 너의 충실한 도구일 뿐이었고."
"네가? 네가 죽였다고? 그런데 저기 앉아있는 저 마귀는∙∙∙∙∙."
"그건 마귀가 아니고 신神이야. 신의 섭리의 화신, 너와 나 사이에 앉아있는 신의 화신化身."
"털어놔! 빠짐없이 다 털어놔!"
이야기의 '뼈대'만 추리면 이렇습니다.
난 네가 아버지가 죽기를 간절히 원한다는 것을 알았다.
그날 드미트리가 오는 것은 확실했다. 내 연락이 없으면, 마음이 급해질 테니까.
난 지하실로 내려가 발작 난 것처럼 소리를 질렀다. 사람들이 내려와 날 데려가 눕히도록.
그 다음 날 진짜 발작이 왔다. 내 평생 가장 심했던 발작이.
어쨌든, 난 어렸을 때처럼 마르파 옆에 눕혀질 것이라는 계산을 했고, 그녀의 옆에서 끙끙 앓는 소리를 내곤했다.
그런데 밖에서 소리가 들렸다. 미쨔가 온 것이다.
영감이 그를 보고 소리를 질렀고, 그리고리이가 달려 나갔고,
걱정이 된 마르파가 밖으로 나간 틈을 타, 내가 영감에게 달려가, (그 다음은 네가 아는 이야기다.)
3천 루블을 가져왔다.
이건 내 몫이다. 널 대신해 일해 준 대가란 뜻이다.
네가 나를 신고하지 않으리라고 확신을 했다.
만일 나를 신고한다면, 난 네가 지시한 대로 했을 뿐이라고 이야기할 테고,
그렇게 되면 넌 평생 그 불명예에 시달릴 것이니.
그리고리이가 살아난 것은 행운 중의 행운이었다.
그가 드미트리를 봤고, 또 착각이지만, 문이 열려있었다고 증언한 것 역시 그에게 결정적 혐의를 씌우는데 공헌했으니.
"지금 당장 널 때려죽이고 싶지만 내일 증언이 필요하기 때문에 살려둔다."
"내가 못 가겠다고 한다면?"
"그럼 나 혼자라도."
"사람들이 자기 형을 위해 꾸며낸 이야기로 생각할 텐데? 어쨌든, 건강이 너무 안 좋아 보인다.
어쨌든 이 돈 가지고 집에 가서 푹 쉬어라. 잘 가라. 이반 표도로비치!"
이반이 ‘큰 일’을 치루고 홀가분한 마음으로 그 집을 나섭니다.
아까 그 사람 얼어 죽었을까?
내일까지 기다릴 것 없이, 지금 당장 신고해야하는 것 아닌가?
뇌에 열이 나는 그, 집에 돌아오자마자 어지러워 소파에 쓰러집니다.
맞은편에 말끔한 옷차림의 신사가 앉아있습니다.
"오늘 스메르쟈코프에게 까쪠리나에 대해 뭘 물어본다 하더니, 그냥 돌아왔네!"
"그러네. 깜빡 잊었네. 그래도 더 중요한 것을 얻었는데 뭘."
"아하! 형을 도와주게 되었다고? 좋지. 고귀하고, 또 기사도 정신에 맞고.
그런데 그 증거란 게, 그건 믿음이 아니거든.
도마가 믿은 것도 그리스도가 일어나서가 아니라, 그가 그걸 보기 전에 이미 믿고 싶은 마음이 있어서였지."
"이제 좀 사라져줘. 난 한 순간도 너를 실제라고 생각해 본 적이 없어. 넌 거짓이고, 유령이고, 환상이고, 나의 일부야!"
이반이 얼마 전 다녀간 의사의 진단을 생각합니다.
그가 이제 시간을 더 지체할 수 없다고 했지만, 그 말을 무시하고 쓰러질 때까지 그냥 견디겠다는 쪽으로 마음을 정했죠.
그런데 그의 건강상태는 이미.....
계속 창문을 두드려대는 요란한 소리가 들립니다. 유령이 말합니다.
"네 동생이야. 놀라운 소식을 가져왔지. 소리 들려? 어서 문을 열어줘. 난 떠나야 돼."
이반이 문을 열어주려 하지만, 몸이 전혀 말을 듣지 않습니다. 이반이 깨어납니다.
"이건 분명 꿈이 아니었어! 아니, 절대 꿈일 리가 없어!"
창문을 내다보니 알료샤가 문을 두드리고 있습니다.
"내가 다시라곤 만나지 않겠다고 했잖아!"
알료샤가 말합니다.
"한 시간 전에 스메르쟈코프가 목을 매달았어.
마랴에게서 연락이 와 그 집에 갔더니, 아직 매달려있는 상태 그대로더라고.
그래서 경찰에 연락하고, 이리로 곧바로 달려온 거야."
"난 이미 알고 있었어."
"어떻게 알았지?"
"그가 말해줬어."
"그가 누군데?"
"방금까지 여기 앉아 있었어. 내가 이 컵을 그에게 던졌는데.(컵은 멀쩡합니다.)
수건에 물을 적셔 이마에 대고 그랑∙.......(수건도 멀쩡히 마른 상태입니다.)"
이반이 알료샤에게 스메르쟈코프의 자백을 들려줍니다.
이반의 얼굴은 이미 살아있는 사람 모습이 아닙니다.
방금 ‘그’와의 이야기를 섞어가며 이야기하다가, 혼수상태에 빠져버립니다.
알료샤는 그의 곁을 떠날 수 없어 의사도 부르지 못하고 그 옆에서 밤을 샙니다.
제12부 잘못된 재판
지난 두 달 동안 온 러시아의 화제로 떠오른 이 사건.
방청석엔 임시의자가 놓였고, 변호사들도 아예 입석표를 구해 들어옵니다.
명변호사 피츄코비치와 명검사 이뽈리트 끼릴로비치가 이 사건을 어떻게 요리해가며 맞붙을 것인지, 그것이 관전 포인트입니다.
귀족의 신분으로서 ‘이런’ 남자에게 헌신하는 까쪠리나의 모습,
‘잘생긴 것 없이’ 아버지와 아들을 파멸시킨 그루솅까에게 시선이 집중됩니다.
여자들은 ‘여심을 홀린’ 남자 드미트리 근처의 자리로 몰려들고, 남자들은 그에게 노골적인 적개심을 드러냅니다.
세 명의 재판관이 입장합니다.
피고는 유죄라고 생각하는가라는 질문에,
드미트리가 술 먹고 방탕하고 게을렀던 죄는 인정하지만, 아버지를 죽였다는 것은 전혀 사실이 아니라고 외치고,
재판장은 묻는 말에만 대답하라고 경고합니다.
대부분 사람들은 드미트리가 확실히 범인이라고 생각합니다.
다만 새로운 시대사조에 따라 그의 특수한 상황이 참작되어 풀려난다면 모를까.
제일 큰 관심사는 피츄코비치가 어떤 대책을 마련해놓았을까 하는 것입니다. 그가 이곳에 온지는 사흘밖에 안 되거든요.
첫 번째 증인은 그리고리이,
피고의 아버지가 아들들에게 물려줘야 하는 돈을 가로챘는가? 거기에 대해서는 아는 바 없다고 합니다.
문이 확실히 열려있었다는 주장은, 변호사의 반대심문에서, 그가 취중상태였음이 드러나 신빙성이 떨어집니다.
‘멋진 연설’로 박수까지 받았던 라키친, 그루솅까에게 알료샤를 데려다주고 25루블을 받았다는 것이 드러나 망신.
드미트리의 3천 루블이 확실하다고 하던 여관주인, 그날 돈 관련 여러 가지에서 정직하지 못했다는 것이 드러나 망신.
‘폼’을 잡으려던 폴란드인, 사기 카드 사건으로 망신.
의사들의 증언에서도, 그들의 라이벌의식 표면화 빼고는 특별한 것은 없고,
단지 헤르첸슈투베가 드미트리의 일화로 사람들의 마음을 흔듭니다.
맨발로 다니던 그에게 호도 반 파운드를 사주며 독어 몇 마디 배워줬는데,
수 십 년이 지난 후 이 사람이 자기에게 그 독일어를 들려주며 호도를 선물했다고.
여기 온 몇 십 년 동안 누구에게 선물을 받았던 적이 없었는데, 이것이 유일한 경우였다고.
그게 드미트리였답니다.
다음 증인은 알료샤.
검사가, 어째서 형이 범인일 수 없다고 하냐고 묻자,
그의 표정에서 읽을 수 있었다는 것 밖에는 할 말이 없었다고 대답합니다.
이번에는 변호사의 반대심문에서,
당시 형의 이상한 동작, ‘반은 갚을 수 있지만' 하면서 자기 목 밑을 두드리던 행동을 기억해냈는데,
처음에는 가슴을 두드리는 것으로 생각했지만,
지금 곰곰이 생각해보니, 자기 목에 걸린 페난트 속의 돈을 의미하는 것 같았답니다.
이어 불려나온 까쪠리나,
그깟 3천 루블은 그에게서 받았던 ‘은혜’를 생각해 없던 것으로 칠 수도 있었지만,
워낙 돈에 대해서는 명예를 존중하는 드미트리인지라 자기 앞에 나타나질 않아서 그럴 기회가 없었답니다.
그 ‘은혜’의 내용을 설명해 줄 수 있겠느냐는 변호사의 말에,
그녀가 ‘오해의 위험’을 무릅쓰고 아버지의 이야기를 상세히 설명합니다.
그이야기에 좌중이 술렁거리고, 사람들이 감동합니다.
이어 불려나온 그루솅까,
아버지 까라마조프에 대한 혐오감 또 스메르쟈코프에 대한 증오심을 털어놓은 후,
왜 그 25루블 말고도 매달 라키친에게 계속 용돈을 주곤 했냐는 질문에,
사실은 그가 자기 이모의 아들이라고 말합니다.
모두가 놀랍니다. 이로서 라키친은 매장된 것이나 다름없이 되었습니다.
다음 증인은 이반, 병색이 완연한 얼굴입니다.
검사의 변호사의 심문에 할 말 없음으로 일관하다가,
머리가 너무 아파 더 서있지 못하겠다고 나가던 그가 갑자기 재판장 앞으로 가,
돈다발을 내밀며, 이것이 바로 스메르쟈코프가 숨겨놓았던 아버지의 돈이라고 합니다.
그가 어제 자백했다고.
지금 제 정신이냐는 재판장의 물음에, 그가 갑자기 청중을 향해 외칩니다.
"이 더러운 위선자들아! 나의 아버지가 죽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위선자들아!
사실은 내가 아버지를 죽였다! 스메르쟈코프는 하수인이었을 뿐이다!"
알료샤가, 지금 이 사람은 뇌막염 환자라고 외치며 이반을 끌고 나갑니다.
까쪠리나가 다시 앞으로 나옵니다.
이반은 지금 형을 감싸고 자기가 죄를 뒤집어쓰려하고 있다며, 드미트리가 보낸 '아버지를 죽이겠다'는 내용의 편지를 공개합니다.
"이 모든 일이 저 여자(그루솅까) 때문에 일어났어요!"
이 말에 드미트리가 끼어들고, 감정에 불이 붙은 그루솅까가 소리를 높이고, 그들 사이에 오가는 고성으로 난장판이 됩니다.
검사 이뽈리트 끼릴로비치,
유순하고 겁 많은 스메르쟈코프와 달리 피고에게는 그 성격과 행동에 살인을 저지르기에 충분한 요인들이 잠재해있었고,
또 아버지에 대한 증오와 돈에 대한 절박성으로 살인의 충분한 동기가 있었고,
까쪠리나에게 보낸 편지에서도 그 실행의지를 분명히 보여줬는데,
이런 유형의 범죄가 다시라곤 일어나지 않게 하기 위해서라도∙∙∙∙.
변호사 피츄코비치,
피고에 대한 모든 혐의는 단지 추측일 뿐, 그 어느 하나에도 그가 유죄라는 확실한 증거가 없고,
아버지가 가지고 있었다는 3천 루블은 아무도 본 사람이 없는 소문이었을 뿐이고,
까쪠리나에게 보낸 편지라는 것도 술 취한 상태 격한 감정에서 쓴 것으로, 그것을 ‘계획’이라 할 수 없는 것이고,
또, 백 번 양보해, 설령 그가 범인이라고 하더라도, 태어나서부터 한 번도 아버지의 역할이나 모습을 보인 적이 없는 그에 대해 ‘존속살인’이라는 단어를 붙일 수 없어서....
방청객들은 그 변론에 감동해 울음을 터뜨리고, 재판장조차 표정이 변해갑니다.
검사가 갑자기 자리에서 일어섭니다.
지금 이게 뭔 짓들인가. 로맨스 환상 꾸미기에 시낭송회인가?
그가 변호의 내용보다는 그 변호하는 스타일을 강하게 비난합니다.
재판장이 그를 저지하고, 배심원들은 회의에 들어가고,
그들의 결과는 만장일치 유죄.
방청객들이 동요합니다.
에필로그
까쪠리나는 자기가 일을 다 망친 것을 깨닫고 뒤늦게 후회합니다.
대신, 그를 탈옥시키기로 마음을 정하고 면회를 가고, 둘이 화해합니다.
하지만, 그루솅까는 그녀의 사과를 절대 받아들일 수 없습니다. 일류샤의 장례식, 그곳에 알료샤가 모습을 드러냅니다.
영문판 : http://www.gutenberg.org/files/28054/28054-h/28054-h.html
러시아어 : 제1권 http://az.lib.ru/d/dostoewskij_f_m/text_0100.shtml
제2권 http://az.lib.ru/d/dostoewskij_f_m/text_0110.shtml
제3권 http://az.lib.ru/d/dostoewskij_f_m/text_0120.shtml
제4권 http://az.lib.ru/d/dostoewskij_f_m/text_0130.s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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