뚝틀이식 책 요약

할레드 호세이니의 동화 한 편

뚝틀이 2015. 11. 28. 03:07

할레드 호세이니Khaled Hosseini의 소설 ‘그리고 산이 울렸다 And the Mountains Echoed.’의 시작 부분에 나오는 동화.

책 내용의 상징적 예고편 성격이지만, 자체로도 훌륭한 하나의 독립적 단편작입니다.

 

 

 

​옛날, 옛날, 아주 옛적에, 어느 산속 마을에 한 가족이 살고 있었어요.

그림같이 아름다운 가족이지만 땅은 거칠었죠. 농사짓기도 힘들 정도로요.

아버지는 새벽부터 밭에 나가, 허리 한 번 제대로 펴보지 못하고 일하고 또 일하다,

높은 하늘에 떠있던 해마저 지쳐서 불그스름하게 기운 후에야 집으로 돌아오곤 했지만,

아이들 먹을 것을 마련할 수 있다는 게, 또 아이들 재롱을 볼 수 있다는 게, 큰 기쁨이었어요.

아들 셋에 딸 둘. 누구하나 덜 귀여운 녀석 없었지만, 그래도 마음속으로는 막내를 제일 아꼈어요.

 

그런데, 세 살 난 이 녀석에겐 밤에 혼자 일어나 돌아다니는 그런 병이 있었어요.

저러다 바위에서 떨어지지 않을까? 밤 짐승에게 물려가지는 않을까?

식구들 걱정이 이만저만 아니었죠.

그러다 어느 날 좋은 생각이 떠올랐어요.

마당에 매놓은 염소, 그 목줄에 걸려있던 딸랑딸랑 종을 아이에게 걸어놓는 거예요.

이제는 좀 마음 놓고 잠들 수가 있게 되었죠.

낮에도 종을 벗어놓지 않으려는 막내를 보며, 딸랑딸랑 그 맑은 종소리 속에서 식구들은 행복하기만 했어요.

 

하지만, 행복이라는 것이 어떻게 그렇게 계속되기만 할 수 있나요?

이 마을에 불행의 그림자가 덮치기 시작했어요.

가뭄. 비 한 방울 오지 않는 날이 계속되며 땅이 말라갔죠.

밭은 갈라지고, 거기에 심어놨던 것들은 다 말라죽고, 먹을 것이 떨어지기 시작한 거죠.

피스타치오 나무도 힘없이 말라갔어요. 이젠 팔 것마저 없어진 거예요.

엎친 데 덮친 격이라더니, 마을에 괴물이 나타났어요.

제물을 바치라는 거예요. 그것도 각자 자기 집에서 제일 귀여운 아이를.

만일 그 말을 듣지 않고 버티면 아예 그 집 아이들을 몽땅 다 데려가겠대요.

산과 강 너머 저 먼 곳 어디인가 거대한 성에 산다는 이 괴물을 본 사람은 아무도 없어요.

누가 잘못해서 고개를 들거나 몰래 숨어서 보면 그걸 어떻게 알아챘는지 다 잡아가버렸거든요.

 

드디어, 결국, 이 집 차례가 되었어요.

지붕에서 들려오는 크르릉 소리, 아침 해가 뜨기 전에 아이 하나를 바치랍니다.

하늘이 무너져 내리는 느낌이란 어떤 것일까요. 바로 이럴 때 쓰는 말 아니겠어요?

엄마와 아빠가 아이들이 듣지 못하게 몰래 이야기를 나눕니다.

이야기요? 어떻게 이야기를 나눌 수 있겠어요. 그냥 울 뿐이었죠. 흐느낌 그게 이야기였죠.

어느덧 밖에는 금방이라도 해가 솟아오를 듯 밝은 기운이 돌기 시작하고, 이제는 시간이 없어요.

아빠가 밖으로 나가더니, 똑같이 생긴 조약돌 다섯 개를 주워들고 왔어요.

거기에 아이들 이름을 하나 씩 적어 자루 속에 넣고 엄마에게 내밀었죠. 이 방법 밖에 없다고.

엄마는 고개를 저었어요. 그럴 수 없다고, 고를 수 없다고.

어쩔 수 없이 아빠가 골랐죠.

누구였겠어요. 짐작이 가나요? 그래요. 바로 막내 이름이 적힌 조약돌.

 

아빠가 울음 섞인 목소리로 막내 이름을 불렀죠.

자기를 부르는 소리에 막내 이 녀석,

언제 자고 있기라도 했었냐는 듯 벌떡 일어나 땔랑 소리 내며 달려와 아빠 품에 안겼어요.

문밖에 세워진 이 아이, 처음에는 무슨 영문인지 몰랐지만, 훌쩍거리기 시작했어요. 울부짖기 시작했어요.

안으로 들어오겠다고 외치는 막내의 그 소리를 듣는 부모의 가슴은 찢어질 것 같았죠.

이윽고 쿵쿵 땅이 울리는 소리가 들리더니 아이 울음소리가 멀어져갔어요.

 

이웃 사람들의 위로가 무슨 소용 있겠어요.

아버지의 얼굴에서 웃음이 사라졌고, 말이라는 것 역시 사라졌죠.

혼자 걷다가, 바위에 걸터앉아 먼 산만 바라보다가..... 속으로부터 분노가 솟아오르기 시작했죠.

분노요? 괴물에 대한 분노요?

아뇨. 그건 괴물과 싸워볼 생각조차 못했던 비겁한 자기, 바로 자기 자신에 대한 분노였던 거예요.

아버지가 변해가는 모습을 보며 사람들이 걱정하기 시작했죠. 저 사람 저러다 혹 어찌 되는 건 아닐까?

그런데, 그런데 말이죠. 집집마다 아이를 바쳤건만, 가뭄이 끝나지를 않는 거예요. 벌써 몇 해째.

어느 날 아버지가 사라졌어요. 잠자리에서 슬그머니 일어나 어딘가로 떠나버린 거예요.

 

아버지는 걷고 또 걸었어요.

며칠씩 전혀 먹지도 못하고 걸었어요.

산딸기랑 버섯 그런 게 눈에 띄면 그나마 다행이었죠.

옷도 헤지고, 신발도 다 떨어져 발에선 피가 흐르고, 몸은 보기 힘들 정도로 말라갔지만, 걷고 또 걷고, 계속 걸었어요.

도대체 어디로 향하는 것일까요. 그래요. 산 넘고 강 건너 그 괴물이 살고 있다는 마법의 성을 찾아 나선 거예요.

 

드디어 눈앞에 그 성이 모습을 드러냈어요.

보통 같으면, 이럴 땐, 다시 기운을 추슬러 싸울 준비를 해야 하는데,

아버지는 그냥 바위를 기어오르기 시작했어요. 여기 걸리고 저기 밀리며 찢겨 온몸이 피투성이가 되면서 말이죠.

   크르릉 소리, 웬 놈이냐 내 성을 넘보는 자가.

   내 너를 죽이러 왔노라.

   나를 죽이러? 내게 무슨 원한이 있기에 그런 말을 하지?

   네가 우리 막내를 데려가지 않았나. 자 이제 긴 말이 필요 없다. 오늘이 네 마지막 날이다.

얼핏 생각하기엔 전혀 상대가 될 수 없는 이 아버지에게 괴물의 한 방이 날아올 것 같은데,

이 괴물, 웬 일인지 잠시 생각에 잠겨있다 성문을 열어주는 거예요.

   용감한 사나이를 만나서 반갑다.

   쓸데없이 시간을 끌지 말고 자 이제 결투를 시작하자.

그런데, 괴물이 말없이 앞에 서서 길을 안내하는 것 아니겠어요?

 

으리으리한 궁, 하늘에 닿을 듯 높은 천장, 그 천장을 받치고 있는 엄청난 굵기 그 기둥들.

한참을 말없이 앞서가던 괴물이 한 쪽 벽을 드리운 커튼을 주욱 밀면서 걷어냈죠.

짙푸른 녹색으로 우거진 숲, 온갖 색깔로 만발한 꽃, 그 사이를 흐르는 시냇물.

창 밖의 이 광경을 보는 이 아버지는 자기 눈을 믿을 수가 없었죠. 글쎄 전설 속에서나 가능할까,

그때 저 밖에서 신나게 뛰어다니며 숨바꼭질하는 아이들의 모습이 눈에 들어오는데,

자세히 보니 그 중에 막내가 있는 것 아니겠어요? 그 사이 좀 더 자랐네요.

아버지가 유리창을 두드리며 소리 질렀죠. 막내야! 막내야!

괴물이 말합니다.

   여기서 아무리 소리를 질러봐야 저기서는 들리지도 않아. 또 이 안이 보이지도 않고.

   그런데, 내게 대드는 네 용기가 가상하니, 저 아이 데려가는 것을 허락하겠다.

   정말?

   그렇다. 그렇지만 하나는 알아두어라.

   저 아이는 지금 여기서 아주 좋은 음식을 먹고, 최고급 옷을 입고, 최고로 훌륭한 선생님들에게 배우고 있다.

   그런 아이를 데려갈 것인가?

   여기 이 모래시계를 놓고 갈 테니, 신중히 생각해본 후에 네 마음을 결정해라.

그 말을 마치자마자 괴물이 사라지는데, 아버지의 고민은 깊어집니다.

저 아이를 데려가 봐야, 죽도록 농사일이나 도와주야 할 테고....

또 어쩌면 이웃집 굶어죽는 아이들처럼 저 아이도....

생각에 생각을 거듭하지만....

아버지가 결국 분을 못 이겨, 모래시계를 내던져 깨뜨려버리고 맙니다. 

괴물이 돌아오자, 아버지가 그에게 소리를 지릅니다.

   너야말로 정말 잔인한 ‘괴물’이로다.

   내가 잔인한 것인지 아니면 자비를 베푸는 것인지 그것은 어느 쪽에서 생각하느냐 그 차이일 뿐 아닐까?

   내가 너희 마을에서 저 아이들을 걷어오지 않았더라면? 그러면 저 아이들이 지금쯤 어찌 되었겠지?

   자, 이제 결투신청은 없던 것으로 하고 돌아가도록 하겠다. 가는 길에 이걸 먹도록 해라.

괴물이 까만 액체가 든 작은 병 하나를 내밉니다.

 

한 편, 식구들은 집 나간 아버지를 걱정합니다.

희망을 거의 포기한 어느 날, 아빠가 저기 먼 곳으로부터 모습을 드러냅니다.

엄마가 반가워 뛰어나와 마중하고, 아이들도 달려나오고, 마을사람들이 몰려옵니다.

그런데 이 아빠, 그 동안 어디를 갔었는지, 무슨 일을 겪었는지, 아무리 물어도 대답이 없습니다.

그도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그 괴물이 준 까만 물은 사실 머릿속에서 기억을 지워버리는 약이었던 것이죠.

아버지는 자기가 성에 갔던 사실이나 거기에서 있었던 일들뿐만 아니라 막내가 있었다는 사실조차 기억하지 못합니다.

단지 염소 목걸이가 달랑거리면 가끔 무엇인가를 생각하며 허공을 쳐다보곤 할 뿐입니다.

 

 

 

 

- 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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