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에 들어서면서 유럽은행에 ‘새로운 제도’가 도입되었다는 소식이다.
앞으로는 금융기관이 위험에 처해도 외부에서 도와주는 일Bail-out은 없을 것이라고.
그렇다면 문제가 터진 그곳의 당사자들이 자체적으로 해결해야한다Bail-in는 이야기인데,
지난 번 사이프러스의 경우 예금자에게서 일률적으로 몇 십 퍼센트씩 떼었다는 것이 생각난다.
미국 쪽은 어떤가 알아보니, 여기도 이미 FED 내부적으로 Bail-out은 없다는 가이드라인을 만들었다고 한다.
이 땅의 외환위기 때가 생각 나, 이제 전 국민이 고통분담을 해야 하는 엉뚱한 일은 없겠구나 하고, 좋게 생각했는데,
데이터들을 들여다보니 그게 아니다. 그럴 수밖에 없는 사정이 되었기 때문이다.
바로 파생상품Derivatives의 규모.
시티은행을 예로 보면, 이 은행의 자산규모는 1.8조 달러인데,
이 은행이 다루는 파생상품은 53조 달러니, 대략 18조 달러인 미국 GDP의 3배나 되는 액수.
(이 trillion dollar 어쩌고 하는 것이 도대체 어느 정도인지 상상이 가지 않아, 감이라도 잡아보려,
잘 나가는 회사들의 주식시가총액을 찾아보니, 애플 0.53조, 구글 0.5조, 아마존과 페이스북은 각각 0.28조 달러.)
내친 김에 다른 은행들의 규모는 어떤가 찾아보니,
JP Morgans은 2.4조에 51조, Goldman Sachs는 0.88조에 51조, Bank of America는 2.1조에 45조....
미국 은행 전체로는 247조 달러나 된다는데, 이것은 미국 GDP의 13배나 되는 '천문학적' 규모의 액수다.
유럽이라고 나을 바 없는 것이, Deutsche Bank 하나로 아예 독일 GDP의 20배가 넘는 70조 달러....
BIS의 집계에 의하면 전 세계적으로 552조 달러, 이건 은행이 아니라 아예 상설도박장들이다.
'어느 구석에선가 무슨 일이 삐끗'하면, 누가 도와줄 수 있는 그런 규모가 아니라는 말이다.
(우리나라 은행들 자료는 못 찾겠는데, 어쨌든 다음 금융위기 시발점은 중국이나 서구이지 우리 쪽은 아닐 것.)
그런데, 더 놀라운 것은 미국 은행법의 ‘작은 글자’다.
지불능력에 문제가 생기면 최우선적으로 이 파생상품부터 변제를 시작해야 한다는데,
딱 부러지게 표현하자면, 은행에 예금한 일반인들은 한 푼도 건지지 못한다는 그런 이야기다.
(우리나라 예금보험공사에 해당하는 FDIC가 있지 않느냐고? 글쎄, ‘푼돈’이나 돌려받을 수 있을까?
그런데, 참, 남의 나라 생각이 아니라, 우리 나라 은행들에 ‘문제’가 생길 경우에는 어떻게 되지?
어쨌든 미국이나 여기나 한 은행에 예금을 몰아넣는 것은 현명한 일이 아닌 것은 분명하다.)
도대체 파생상품이 뭐기에, 이렇게 한 나라 GDP의 몇 배가 되는 것이지?
狂人의 생각에 또 발동이 걸린다. 미친 생각을 하기에 시간이 남아도는 사람 아닌가.
우리 동네 김장배추를 생각해본다. (김장배추는 파생상품 여건을 갖추지 못한다는 정도는 알고 있다.)
한참 파종을 하고 있는 농민에게 어떤 이가 다가와, 나중에 포기당, 예를 들어, 1,000원에 사겠다 했다고 하자.
전형적인 밭떼기와 다른 것은 이 사람이 ‘선물시장Futures Market'이라는 곳에 속해있는 전형적인 투기꾼이라는 것.
그런데 선물시장이라는 곳이 요지경 세상이다. 너도나도 김장철에 사겠다 팔겠다 하며 배추에 나름대로 베팅을 하는데,
정작 김장철이 되면, 실제로 배추를 찾아가는 사람은 극소수, 대부분 베팅꾼들은 그 차액을 현금으로 정산한다.
문제는 미국의 시장구조에서 배추를 키우는 사람들이 이 선물시장을 통해 배추를 처분할 수밖에 없다는 것,
또 이런 초보적 거래뿐이 아니라, 위험에 대비한다며 또는 '한 판 크게 벌어보겠다며 풋 옵션 콜 옵션을 걸어놓고....
상품의 종류도 또 그런 '원초적'인 것뿐 아니라, 지난번 리먼 브라더스 때 봤듯이 이들의 각종 부채를 이리 저리 어지럽게 엮어놓고....
즉, 우리 동네 '초라한' 배추밭과는 상관없는, 하지만 그 배추밭을 근거로 하는, '거대한 규모'의 카지노장이 열린 것이고,
자본주의 금융시장에서 파생상품의 규모가 그렇게 큰 것은 바로 이런 '수리수리마수리' 식으로 시장이 서기 때문이다.
또 이런 구조에서는 그 결정되는 ‘배추 값’에도 문제가 있다.
재래 시장에서 팔리는 그런 '실제가격'이 아니라, 투기꾼들의 ‘농간’에 의해 가격이 형성되는 것.
예를 들어 이 狂人이 거금을 들고 가, 분탕질로 ‘거금’을 벌면, 그깟 ‘배추 몇 포기’ 현물을 마련하는 것쯤이야...
(배추밭이 아닌) 구리를 캐내고 석유를 퍼 올리는 회사들이 바로 이 배추 농사꾼의 신세.
(이것이 바로 뉴욕의 Comex의 모습.
금 은 구리 또 ‘모든 것’의 선물이 거래되는데, 금의 경우 실제로 현물을 인출해가는 사람은 200~300명에 한 명뿐이다.
거래규모가 여기의 7배 정도로 큰 런던 금 시장LBMA에서도 대부분이 '종이금' 거래이고, '실물금' 거래는 1%도 안 된다.
그 실물금의 양이 하루에 대략 2-3톤이라는데, 실제 전세계 금 생산량은 년 2500톤 정도이고,
이들 대부분은 런던시장 규모인 취리히로 흘러든다니,...
거기에 또 실물거래량이 Comex의 몇 십 배라는 상하이금시장SGE은... 들여다보면 들여다볼수록 더 모르겠다!)
불쌍한 '농사꾼'은 눈물을 머금고 ‘투기꾼들이 주는 대로’ 처분해야 하는데,
그것이 바로 지금 생산원가에도 미치지 못하는 금과 은의 '국제시세' 형성의 원리다.
(언젠가 '대부분'의 long position들이 '종이' 아닌 '실물'로 결제하자고 달려든다면? 그때 short position 사람들은?)
아무리 좋은 뜻으로 자본주의를 이해하려 애쓰려해도, 이 모양을 보면,
부동산 거품이니 주식시장 거품이니 하는 것은 오히려 ‘애교’ 정도의 규모이고,
이건 완전히 ‘투기자본주의’라고 할 수밖에 없는데, 문제는 그 중심에 금융기관들이 있다는 것.
은행에서 취급하는 각종 금융상품도, 주식시장의 상품도, 부동산 시장의 모기지도... 모두 다 파생상품에 연결되어 있고.....
사방에 널려있는, 언제 어느 구석에서 건드려질지 모르는, (거품이 아니라) ‘거대 폭탄’의 방아쇠와 뇌관들이.....
이런 '지뢰밭'에 내 피땀 흘려 번 돈을 맡겼다가, 어느 날 아침 일어나보니 '은행이...' 자막이 뜨고,
급히 달려가 보니 사람들이 굳게 닫힌 철문 앞에서 발만 동동 구르고... 그 얼마 후에야,
'bail-in 조치'로 내 돈이 몽땅 다 하늘로 사라졌다는 것을 알게 된다면?
그때가서 땅을 치고 통곡을 해봐야....
아, 행복한 자여, 집 없는 자에게 화재 걱정 필요 없듯 이런 걱정일랑 할 필요가 없는 돈 없는 자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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