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에는 유가가 한때 배럴 당 30불 이하로 떨어져, ‘소비자 부담을 덜어주는 반가운 현상’아닌가 생각하다가도,
“이런 저유가야말로 바로 세계경기 침체를 나타내는 비관적 지표.”라는 설명에 고개를, 갸우뚱하면서도, 끄덕거렸었다.
그런데, 하도 이것이 단순한 ‘문제’가 아니라 ‘위기’라고 호들갑들을 떨기에 그 이유가 무엇인가 들여다보니,
역시나 여기에도 ‘월가’의 ‘도박’이 걸려있고, 또 금융위기로 번질 수 있는 ‘중대 문제’임을 알게 되었다.
처음에는 main street 신문들의 ‘그럴듯한’ 해설을 그대로 받아들였었다.
- 유가가 배럴당 100불 이상으로 치솟자, 그동안 경제성 부족으로 포기했던 셰일 오일shale oil 추출이 시작되었고,
(Shale은 호수, 늪지, 하천, 바다 밑에 퇴적된 진흙이 오랜 세월 흐르면서 단단한 암석으로 변한 것을 일컫는데,
그 셰일 층과 층 사이에 유기물질이 오랜 세월 지구 내부의 열을 받으며 변성된 가스와 오일이 뒤섞여 있다.
전통 석유는 이 중 일부가 암석 틈을 비집고 나와 올라오다 중간에 막혀 웅덩이처럼 고인 것이고,
셰일 오일은 빠져 나오지 못하고 암석 사이 곳곳에 꽉 갇혀 있다 해 미국에서는 Tight Oil이라고 부른다.
세계적으로 타이트 오일의 가채 매장량은 3500억 배럴 정도로 추정되고, 이는 원유 매장량의 10%에 해당하는데,
문제는 이 원유를 뿜어내는데 투입되는 물에 의한 수질 오염, 지표의 파괴... 등등 문제점이 많은 ‘환경파괴’ 산업이라는 점.)
‘과학기술의 개가’로 생산원가가 급속히 내려가면서, 미국의 ‘원유 자급자족’은 물론 밖으로까지 수출할 기미가 보이자,
자국산 원유의 시장점유율이 떨어질 것을 우려한 사우디아라비아가 이들 업체를 枯死시키려 증산, 가격하락을 유도한다는 설.
-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여기에 대한 복잡한 배경에 대해서는 나중에 한번 정리하기로.....)를 징벌하는 수단으로,
미국이 사우디아라비아를 부추겨, OPEC의 원유생산 감축 호소에 동조하지 말고 계속 석유를 퍼내놓으라고 해
국가수입의 반 이상을 원유에 의존하는 러시아의 경제가 파탄상태로 들어가게 했다는 설. (NYT)
하지만 이제는 ‘하락일로의 세계경제’에 ‘흘러넘치는 원유’ 그 수요와 공급법칙에 따르는 현상, 이것이 정설로 보인다.
어쨌든 현상은 현상인지라, 러시아는 물론 베네수엘라, 알제리, 리비아, 나이지리아, 앙골라, 에콰도르 등이 위험한 상황.
(베네수엘라는 전 세계 매장량의 20%, 사우디아라비아는 18%, 캐나다는 13%, 그 다음으로 이란, 이라크, 쿠웨이트, 러시아....)
그런데, 사실, 점유율 경쟁 과정에서 상품가격이 생산원가 밑으로 내려가는 현상이야 얼마든지 있을 수 있는 일 아닌가?
문제는 이 ‘상품’이 원유요 석유라는 것이다. 덩치가 크다. 애플이나 구글과는 전혀 다른 차원의 대규모 업종이다.
Shell Exxon BP 등 메이저들의 수지가 급격히 악화되면서 은행들이 크게 물려, ‘위기’ 분위기가 감돌고 있다.
이들 메이저들의 붕괴위험만으로도 가볍게 볼 위험이 아닌데, 여기에 셰일오일 회사들의 문제가 섞여든다.
‘과학기술에 의한 에너지 자립!’ 이 얼마나 정치-사회-경제적으로 매력적인 구호인가.
(적어도 ‘그들’ 발표에 의하면 생산원가는 배럴당 40불까지 내려왔고, 이젠 수출까지......)
ZIRP(zero interest rate policy)에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해 헤매던 은행들이 거리낌 없이 ‘자금’을 대주자,
이 들뜬 분위기에 옳다 이때다 셰일오일 회사들이 우후죽순 과도한 투자over-investment를 끌어들이며 태어났는데,
이제 그들이 생산원가에도 못 미치는 수준으로 떨어진 국제시세에 비명을 지르고, 은행마다 ‘황급히’ 지불준비금을 올리고 있다.
파생상품을 발행한 셰일오일 회사들은(곧 이어 설명) ‘좀비 연명’을 하고 있는데, 그렇지 못한 회사들은 문을 닫고,
자금줄 역할을 했던 은행들의 대출금은 증발해버리고, 또 방계회사 사람들까지 다 해고되고 있다.
(이미 캐나다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이고, 미국 쪽은 초읽기 상태다.)
유가하락은 미국 쪽의 문제만은 아니다.
국가수입의 90% 이상을 원유에서 확보하곤 했던 베네수엘라에는 하이퍼인플레이션의 조짐이 나타나고,
1,200억불에 달하는 외채는 디폴트 선언이 예상된다고 한다. (그래도, 여기까지는 ‘흔히’ 있어왔던 일이라고 치자.)
배럴당 100불을 기준으로 예산을 짠 사우디아라비아는 이미 ‘비상긴축재정상태’에 들어갔는데,
정부는 지출을 줄일 수밖에 없고, ‘국가의 혜택’에 안주하던 국민들의 불만이 커지고,
정권을 잡고 있는 수니파의 장악력이 약해지며 시아파의 영향이 커지면서,
만에 하나라도 원유생산기지가 ‘적국과 내통하는’ 시아파의 손에 들어간다면?
(이 나라의 석유생산단지는 ‘시아파’가 다수인 동부지방에 집중되어있다고 한다.)
이 사태에, 이제 곧 경제 제재에서 풀리게 되는, 시아파의 종주국인 이란도 ‘유가하락 경쟁’에 동참,
‘미국의 맹방’ 사우디아라비아 집권층의 장악력을 더욱 약하게 하면서, ‘달러’ 족쇄를 풀어버리는 일이 일어난다면?
달러의 세계기축통화 지위를 가장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것이 바로 원유를 결제하는 통화라는 것인데, 이제 이것이 무너진다면?
상상의 나래를 펼쳐가며 기사를 찾아다니다보니, 왜 유가하락이 ‘위기’라고 표현되는지 그 진짜 모습이 드러나기 시작한다.
바로 ‘급격한 유가 하락’으로 인해 (비록 그 정확한 숫자들은 구할 수 없었지만) ‘파생상품의 덫’에 걸린 월가의 은행들.
2008년 그때의 부동산 관련 파생상품보다 훨씬 더 큰 규모라고 하는데, 대충 그 모양을 보면 이렇다.
급격한 가격변동 시장에서 생산자들이 ‘안정적’으로 판매가를 미리 정해놓으려는 곳이 선물시장.
(Noble Energy와 Devon Energy는 2015년도 생산량의 3/4을, Pioneer Natural Resources는 2016년도까지 2/3를 先계약.
반대로 Continental Resources는 반대로 노스다코다의 셰일오일 회사에 베팅, 40억 달러를 물어줘야 하고.... 도박은 도박)
좋은 뜻으로 생긴 이 시장, 문제는 ‘과욕’의 도박사들이 유가하락을 ‘비정상적’이라 판단, ‘급반등’을 예상, 크게 베팅하였다는 것.
그런데 기대와는 달리 유가가 계속 하락하고 있으니....
(그들에게는 이것이야말로 'black swan'이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이 생산자들의 계약 상대방의 손실액은 ‘엄청나게astronomical’ 커질 것이고,
(물론 이들도 선물시장의 특성상 헷지조치를 취했겠지만, 그 옵션상품에도 또 상대방이 있는 법이니,
결국 그 상대방이 손실의 일부를 떠안는다하더라도, 어쨌든 큰 그림에서 볼 때 누군가는 그 손실을 입을 것이고...
아무리 헷지니 뭐니 해도 리스크 자체가 소멸되지는 않는다. 결국은 누군가가 그것을 떠안게 되어있는 것이 ‘돈거래’ 아니던가?)
어쨌든 지금은 '절대로 망할 수 없다는(too big to fail) 미국의 5대 은행'이 다 이 불리고 얽힌 '도박의 덫'에 크게 걸려있는 상태이고,
거대한 도박장 월스트리트에, 어느 곳 돌 하나 쓰러지면 걷잡을 수 없는 도미노현상이 일어날 형국이다.
지금 감돌고 있는 이 긴장감을 사라지게 할 수 있는 유일한 희망이라곤
‘빠른 시간 내에asap’ 유가가 배럴당 90-100달러에 이르는 것뿐.
그냥 ㅉㅉ할 일이 아니다. 어느 은행 하나 무너지면 월가가 무너지고, 월가가 무너지면 미국 아니 전 세계의 경제가 붕괴되고.....
죄없는 우리나라도 나도 엄청난 고통을 받게 되는 그런 일이다.
아마 월가의 그들은 속으로 이렇게 외치고 있을 것이다.
"제발 전 세계인들이여. 차를 달리고, 비행기로 날고, 난방을 하고..... 온갖 제품을 사대고....."
"오, 하나님이시여. 이번에도 살려주시면, 이제 다시라곤 '파생상품' 그 도박에는 손 대지 않겠나이다."
물론, 이 투기자본주의가 계속되는 한, 그 다음 위기 때도 또 똑같은 말을 하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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