뚝틀이의 생각세계

마이너스 금리

뚝틀이 2016. 1. 30. 18:59

일본중앙은행이 기준금리를 마이너스 영역으로 내렸다는 뉴스다.

  (日銀 구로다黑田총재의 마이너스 금리는 고려하지 않고 있다는 의회 답변 8일만의 전격적 조치)

사실 ‘네거티브 금리’라는 어색한 표현보다는 ‘보관료를 받는다.’고 표현하는 편이 더 이해하기 쉬울 것이다.

사실 중세에 은행이라는 것이 처음 생겼을 때 그때는 이렇게 보관수수료를 받고 金 보관증을 써주는 것이 통례였다.

그러다 을 맡긴 사람들이 이 보관증을 돌릴 뿐, 그들 모두가 동시에 金을 인출하는 일은 발생하지 않는다는 것에 착안,

고객이 맡긴 돈을 다른 사람에게 빌려주고, 그 이자로 은행의 수지를 맞출 수 있다는데 눈을 뜨게 되었고,

따라서 소극적인 보관료수입보다는 적극적인 대출이자를 비즈니스의 근간으로 삼게 되었고,

아예 한 걸음 더 나아가 fractional reserve system이라는 기발한 아이디어,

은행이 화폐의 유통량을 조절하는 기능까지 맡게 되었던 것이다.


그런데 사실 이번의 이 마이너스 금리는 그런 비즈니스 구조와는 상관없는 조치다.

주식시장이 또 부동산시장의 거품이 꺼지지 않으면서 경제가 살아나도록 하기위한 고육지책이다.

원래 이런 조치의 효시는 2012년 덴마크, 유로화의 유입으로 크로네Krone의 가치가 지나치게 올라가,

자국의 경제가 무너질 위기에 처하자, ‘외국자금의 우리 은행 예치를 정중히 사절합니다.’라는 방어수단으로 택했던 것이다.

2014년, 유럽중앙은행ECB이 아무리 돈을 풀고 풀어도, 이들이 투자로 이어지거나 경기활성화에 기여하지 못하자,

금고에 잠겨있는 돈을 시중에 풀어놓으라고, 시중은행들에 대한 일종의 ‘보복조치’ 성격으로 취한 것이었고,

이에 유로화가 스위스로 몰려들어, Swiss Franc 가치가 급상승, 수출길이 막히고 관광수입이 줄어들자,

ECB 조치 6개월 후 이곳 중앙은행도 마이너스 금리를 도입, ‘외국 돈은 다 나가라!’ 외치게 되었고,

그 다음 해 2015년 스웨덴 크로나Krona도 마찬가지 상황, 역시 네거티브 금리를 도입하였는데,

이번에 일본중앙은행도 시중은행들에게 ‘돈을 돌리라’는 강한 신호를 보내게 된 것이다.


궁금증이 생긴다.

사람들이 은행에 ‘수수료’를 뜯기는 대신 현금을 매트리스에 숨겨놓을 것 아닌가?

만일 그런 생각에 너도나도 은행으로 몰려가 걷잡을 수 없는 bank-run이 일어난다면?

  (그거야 생각하기 나름, 집에 뒀다 도둑맞는다면? 강도가 들어 목숨까지 위협하고 털어간다면?

   그런 비용 그런 위험성까지 다 고려해 초기의 은행들이 (당시 화폐는 金이나 銀) 보관료를 받았던 것이다.)

그런 걱정은 ‘아직’ 의미가 없다.

이 기준금리는 중앙은행이 시중은행을 상대할 때 적용되는 조치이고,

더구나 은행이 자신의 고객들을 잃으려 수수료 따위의 미련한 요구는 하지 않을 것이다.

   (앗! 자료를 찾아보니, 스위스 은행들은 이미 ‘큰 액수’를 맡기는 고객에게는 마이너스 금리를 적용 중.)

   (또 국채는 다른 차원, 이미 수많은 유럽 국가들의 국채금리가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제발 돈 좀 써주려무나!”)

그래도 생각은 자유, 결국 언젠가 결국 그런 날이 오고야만다면? 그때가 되어서도 예금이란 것에 의미가 있을까?

물론 의미가 있다. 그런 ‘난센스’ 조치까지 취하지 않으면 안 될 정도로 디플레이션이 심각하게 되었다면,

시간이 지날수록 화폐의 구매력이 그만큼 높아진다는 것이니, 이것은 사실 이자와 같은 효과 아닌가.


어떤 일이든지 그 유효성을 점검하는 데는 당사자의 입장이 되어보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니,

이제 정부, 소비자, 은행 각각의 입장에서 네거티브 금리의 효과를 검토해보기로 하자.

정부의 바람은 무엇일까. 예를 들어 ‘정부’의 뜻에 따르는 유럽중앙은행의 입장은?

사람들이 금리에 실망을 느껴 돈을 쓰기 시작한다면, 그것이야말로 ‘최상’의 현상일 텐데,

사람들이 그런 중앙은행의 ‘하소연’을 무시, 유로화를 경계 밖의 다른 어떤 나라로 옮겨놓는다면?

그것 또한 유로화를 ‘풍성하게’ 흘러 다니게 해, 유로화 가치를 떨어뜨리게 되니, 수출에 도움이 될 것이고,

또 그에 따른 환율상승으로 수입물가가 올라가 인플레이션의 방아쇠가 당기게 되고, 그렇게 되면 소비가 늘어....

이것이야 말로 善循環virtuous circle? 천만에, 그것은 단지 이론이요 희망사항일 뿐이다.

비록 네거티브 금리까지는 아니었지만, 이런 효과를 노린 것이 아베노믹스의 핵심정책 즉 ‘엔화 가치의 하락’이었는데,

이로 인해 ‘경쟁국 한국’을 누르고 전자 등 여러 분야에서 수출은 늘었지만, 경기는 아직도 오리무중이다.

캐나다도 마찬가지. 채소 과일 곡물 대부분을 수입에 의존하는 이 나라는 ‘물가 폭등’으로 난리 중.

(캐나다도 이제 곧 마이너스 금리를 도입할 예정이고,

얼마 전 금리를 올리기까지 한 제닛 옐런 FRB의장도 최근에는 ‘가능한 대안’으로 생각한다고 입장 선회)


그렇다면 경기를 살릴 유일한 희망인 소비자의 입장에서는?

유럽도 일본도 어디나 다 근본문제는 마찬가지, ‘노동인구’가 줄어들고 있다는 것.

지금의 늙은이들이 젊었던 그때는 자식들을 키우는데, 또 자식들의 교육을 위해 아낌없이 썼었지만,

늙어버린 이제는 자기가 보유한 돈이 얼마이건 ‘원금’이 줄어드는 것을 참을 수 없는 것 이것이 사람의 본성인지라,

제로금리로 이자수입은 없는 것과 마찬가지니, 어떻게 해서든 연금으로 버티려고 하는 것이 이들의 생활방식이다.

이제 장성한 ‘이들의 자식’들이 ‘그들이 젊었을 때의 소비패턴’을 이어받아 경기 사이클을 이어가면 좋으련만,

‘자식 세대’의 인구가 ‘이들 때’보다 줄어들었고, 또 ‘자식들의 자식’ 숫자는 더 줄어들고 있으니...

‘인구의 중심’이 노동연령층이었던 과거의 ‘피라미드 형’ 때와는 달리, 이제는 ‘가분수’ 형태,

더구나 대출받을 사람들은 이미 다 거기에 묶여 허덕이고, 중산층은 사라지고 있으니....

세상이 이렇게 변하는데, 어떻게 젊은이들이 일자리를 찾을 수 있으며 하물며 소비를 진작시키고 어쩌고는....


금융기관 그들의 입장은?

떨어지는 預貸 마진, 이제 어디서 수익창출을 할 수 있지? 이것은 존립의 문제다.

FED가 일본중앙은행이 ‘목표 인플레이션’을 2%로 설정했다고 하지만, 사실 이들이 더 중요하게 여기는 것은 ‘주가추이’다.

  (언제부터 인플레이션이 '좋은 것'이 되었는지, 그런 것이 어느 경제 교과서에 들어있는지... 이 세상 세뇌효과란.....)

주가가 오르면 경기가 살아난다고 하고, 주가가 떨어지면, 중국까지도 정부가 저렇게 돈을 쏟아 붓고 있지 않은가.

주식시장은 자본주의의 꽃이고, 수많은 ‘자본주의 시민’들은 이 꽃밭에서 ‘튤립 놀이’들을 즐기고 있다.

2008년 그 신용위기 이후에도 다우지수 S&P지수는 하늘을 찌를 듯 위로 위로 향하고 있지 않은가.

  (버니 샌더스의 주장에 의하면 그 과실의 50% 이상이 상위 0.1%에게 돌아갔다고 한다.)

또, 이 주식시장과 연동되어 돌아가는 ‘엄청난 규모’의 파생상품들.

본연의 업무인 예금과 대출, 그런 것은 ‘새 발의 피’ 정도의 개념이라고나 할까?

이제 예대마진의 '생활수단'이 사라진 대형금융기관들은 이 ‘주식시장’ 덕분에 살고 있고, 이 ‘파생상품 관련’ 비즈니스에 빠져있다.

  (아마도 다음 위기 때 가장 먼저 쓰러질 곳은 이런 ‘대마불사’ 대형 금융기관들.

   앞으로 bail-out은 없을 테니, 이제라도 예금을 빼어내는 것이 상책이고, 매트리스에 숨겨놓는 대신에,

  ‘화려한 건물’의 대형은행 대신 ‘순진하게 작게 노는’ 건물도 보잘 것 없는 작은 ‘지방은행’들, 원금이 보장되는 그런 곳에 돈을 맡길 때다.)

일본의 유럽의 인구구조가(사실 노인 비중이 늘어나기는 한국 중국도 마찬가지) 어떤 회복의 가능성도 허용하지 않고 있고,

대부분의 ‘중산층 서민’이 버블 부동산에 묶여 소비여력은커녕 ‘하층민’으로 전락해가고 있는 이때,

아베의 처절한 사투 이 네거티브 금리 시도가 무슨 효과를 낼지 그것은 두고 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