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의 땅에서 일어나는 일이지만, 그래도 미국 대선은 재미있는 한 판 흥행이다.
특히 트럼프, 분장만 좀 달리해준다면 완전 ‘코미디언 히틀러’의 출현이라고나 할까?
그와는 대척점의 샌더스. 소속이 민주당이라 하지만 당내 지지 세력이 거의 없는 모습이다.
이 사람이 대통령이 된다 해도, 그 앞길이 험난할 것이 눈에 보인다. 의회의 협조가 없이 어떻게 일을 해나갈 것인가.
지금은 고전하고 있지만, 조직력과 여론전에서 앞선 힐러리가 점점 더 세력을 얻어갈 것으로 보인다.
지금 내 눈에 들어오는 가장 안타까운 모습은 샌더스의 참모진이 별로 없어 보인다는 것.
그의 대선공약, ‘큰 틀’의 그림은 보이지 않고, 아이디어 수준의 몇 가지가 전부다.
최상위권 부유층의 미국경제 과실 독점을 문제로 제기, 관심을 끌기는 하였는데,
대형은행 잘게 쪼개기와 월가에 투기세 부과등으로 투기자본주의를 개선,
화석연료의 사용을 줄이는 방향으로 에너지 시스템을 개편하겠다는 것,
공립대학의 등록금을 없애, 누구나 대학에 다닐 수 있게 하겠다는 것,
의료보험 체계를 국가주도로 개편하여 보험회사와 제약회사의 횡포를 막겠다는 것,
시간당 최저임금을 15불로 올리겠다는 그 정도로, ‘국가 비전’ 차원의 그림이 보이지 않는다.
사실, 미국의 문제점은 금방 눈에 띄지 않는가?
가장 큰 문제는 중산층의 소멸. 최상위권 부유층 공략을 세제문제와 결부시켰으면 좋았을 텐데.
예를 들어, 과도한 CEO들의 인센티브 관행을 과세로 제어한다던가, 불로소득의 누진세율을 손본다던가....
그런데 사실 중산층의 소멸은 산업구조와도 상관이 있는 문제, 그 바닥에는 제조업의 몰락이란 근본문제가 깔려있다.
지금 미친 듯이 찍어내고 있는 달러, 어차피 국가부채가 이렇게 걷잡을 수 없이 늘어나야만 하는 형편이라면,
제조업 부활이나, 고부가가치 산업의 지원을 위한 특별 예산을 추진할 수도 있지 않은가?
몇 십조 달러에서 몇 조 달러 떼어내기는 공감대를 끌어내기도 어렵지 않을 텐데....
(가장 대표적인 사례가 소련이 스푸트니크를 쏘아올린 후의 아폴로 우주계획)
그것이 바로 양질의 일자리 창출과 중산층 배양이라는 효과로 이어질 수 있고,
‘위대한 미국’의 기치 아래 두뇌들의 집결을 유도할 수도 있으니 말이다.
더구나 아직도 세계 최고의 두뇌들은 미국에 몰려있고, 이제는 공장자동화가 대세니
국가 정책적으로 적당한 방아쇠만 당겨주면 미국에서도 제조업이 일어날 수 있을 텐데....
그런데, 이런 중산층 소멸이라든지 제조업 몰락 해결은 말하자면 ‘중요한’ 카테고리에 속하고,
시급히 손을 쓰지 않으면 사태가 악화돼 미국 경제가 무너질 수도 있는 ‘급한’ 일이 있는데, 바로 부동산 문제.
주식시장이 무너지고 부동산 거품이 꺼지면 그야말로 중산층은 완전 빈털터리 궤멸상태로 들어간다.
전 세계 어느 나라나 공통적으로 안고 있는 문제이고, 뾰족한 해결책이 보이지 않는 난제이지만,
미국은 다른 나라보다 심각한 것이, 하루 이틀 더 견디려고 지금처럼 달러를 찍어내다간
기축통화 기능이 무너지며, 전 세계의 달러가 미국으로 돌아와 엄청난 인플레이션이 일어날 텐데,
그렇게 되는 날의 미국은 그래도 기본적인 인프라구조를 유지하고 있는 유럽 중국 일본에 비해 완전히 3류 국가로 전락....
미국의 군사력의 몰락은 전 세계의 힘의 균형을 무너뜨려, 곳곳에서 국지적인 전쟁이 일어나는 결과로 나타날 텐데,
일국의 대통령이 되겠다고 나서는 사람이라면, 이런 위험한 진실을 국민에게 알려야하는 의무가 있는 것 아닌가?
사실 간단한 방법이 있기는 한데, 밝힐 수가 없다.
(그래서 귓속말로... 대국의 체면이고 뭐고 다 깔아뭉기고, 보호무역 조치를 실시해 자국의 산업을 키우는 것.)
그 다음 방법이 있다.
국민에게 미리 경고하고, 각오를 다지게 하고, 금리를 서서히 올리는 것.
그것이 어차피 꺼질 수밖에 없는 거품 그 붕괴의 후유증을 줄이는 방법이고,
옥석이 가려지는 과정을 통해, 미국의 경쟁력을 다른 나라보다 더 앞서 키울 수 있는 방법이다.
미련한 방법 같지만, 다른 나라도 다 비슷한 상황일 때, 먼저 ‘각성하는’ 나라가 강국이 될 수 있는 확실한 길.
그런데 이 방식은, 헐리우드 사고방식에 젖어있는, 또 '자기 이해관계'가 최우선인 유권자의 표를 얻을 방법은 못 된다.
이제 가장 중요한 제3의 방법이 있다.
(중국 역사소설을 보면 항상 上策 下策이 나오곤 하지 않는가? 이것이 가장 하책으로 보이는 상책이다.)
사실 객관적으로 보면 샌더스의 돌풍도 지난 선거 때의 Ron Paul의 경우처럼 일시적 현상에 그칠 가능성이 매우 높다.
그렇다면 그의 역할이 이런 ‘각성제’의 효과로 이어진다면, 그것이야말로 나라를 구하겠다고 나선 사나이가 할 일 아니겠는가?
할 일 없이 남의 나라 생각이나 하고 있다고?
천만에, 바로 이 땅 우리나라의 문제를 생각함이다.
여기 샌더스의 역할을 현재 우리 대통령에 대입하면 어떨까.
우리나라에서 다음 대통령이 될 욕망이 가장 작은 사람이라면 바로 현직 대통령 아닐까?
그의 역할이 '각성제'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실질적인 효과도 불러올 수 있는 그런 막강한 것이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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