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직이 안 되니, 결혼도 포기, 출산에 육아도 포기, 또 뭐도 포기, 그래서 3포요 5포요 7포 세대요.....
정말 이 암담한 경기침체 상태에서 벗어날 길이 없을까? 훨씬 더 어려운 시절에도 희망이라는 것이 있었는데....
곰곰이 생각해보자. 일제에서 벗어났나 했더니 한국전쟁, 그 ‘완전제로’ 상태에서 우리가 어떻게 컸지?
‘비법’은 하나, 보호무역. 바로 그것이었다.
외국 것을 사들여올 경제력도 없었으니, ‘국산품을 애용’할 수밖에 없었고,
그러다보니 기술도 생겼고, 교육수준이 높아졌고, 일자리도 생겼고, 국력도 커진 것 아니던가.
지금이 어느 세상인데 보호무역이냐고? 맞다. 우리도 수출로 살고 있는데.
그래도 방법은 있다. ‘의식’을 잃지 않고, ‘살 길’을 찾는다면 말이다.
‘부끄러운 줄 알아야지’ 이 표어를 마음속에 새기면 된다.
‘외국으로 돈을 빼돌리려는 유혹’을 느낄 때마다 그곳에 이 표어가 붙어있다고 생각하면 된다.
우리나라 회사를 키우고, 우리 아버지의 누나의 일자리를 보호하고, 또 앞으로 내 일자리를 만들려면 말이다.
과장됐다고? 아직 우리에게 희망이 남아있다고 판단된다면 과장이겠지만, 지금이 위기라고 생각된다면 전혀 그렇지 않다.
오래 전에, 아주 오래 전에 썼던 글 ‘지폐 돌리기’, 그때 마음이 다시 살아나, 여기에 변형해 옮겨놓는다.
모임이 있는 날, 뚝틀이는 때때로 ‘지폐 돌리기’ 놀이를 제안한다.
만 원짜리 한 장을 옆 사람에게 건네며, 마음에 드는 사람에게 넘기라고 한다.
그 받은 사람은 또 다른 마음에 드는 사람에게 넘기고, 이렇게 계속 지폐를 돌리는 게임이다.
뭐 이런 싱거운 놀이가 있어, 처음에는 썰렁하던 분위기, 누구에게 줄까 서로 눈치 보느라 간간히 웃음까지 인다.
그런데 이게 웬일. 그 지폐를 받은 처남이 벌떡 일어나더니, 켄터키치킨에 콜라를 안고 돌아온다.
자기 돈도 합쳤다며 의기양양해하는 처남에게 뚝틀이가 심각한 표정으로 말한다.
지금 일어난 일을 설명해줄까?
방금 내가 망치랑 톱을 샀잖아? 그 철물점 아저씬 사과랑 복숭아를 사고, 과일가게 아줌마는 애들 운동화 사주고....
이렇게 돈이 돌면서 아저씨랑 아줌마 얼굴이 펴졌지? 체감경기가 좋아졌다는 그 말이지.
(재투자니 부가가치 창출이니 하는 유식한 이야긴 접어두자. 재고정리 했다고 쳐.)
그런데 지금 처남이 그 돈을 닭 날개에 달아 미국으로 날려 보낸 거야.
이제 돈이 돌지 않으니 여긴 다시 싸늘한 불경기만 남은 것이고.
작은 이야기를 너무 부풀린다는 그의 반박에 뚝틀이가 모인 사람들을 향해 말을 잇는다.
제가 사는 곳은 작은 도시, 생필품은 구멍가게에서 사고, 또 5일장을 기다리고, 그런 시골이죠.
그래도 거기는 사람 사는 맛이 나요. 시장을 가도 또 구멍가게 주인도 다 친구처럼 지내는 사이거든요.
그런데 몇 해 전에 이마트가 들어왔어요. 서울 생활이 부럽지 않게 됐죠. 정말 좋았어요.
싱싱한 생선회도 갖춰놓고, 또 구하기 힘들었던 서양식품들도 잔뜩 쌓여있으니까요.
그런데 놀라운 변화가 일어났어요. 5일장은 물론 구멍가게들, 이곳이 다 파리만 날리게 된 거죠.
이마트 측에서는 그 지방 특산물 비중을 늘리고, 직원들도 현지인을 고용해, 지방경제에 이바지한다고 하는데,
또 ‘편하게’ 장을 보는 내 입장에서도 이마트의 존재는 서울과의 생활격차를 없애주는 고마운 것인데,
한 가지 확실한 것은 그곳 수익이 다 빠져나가버리니 그곳 경제가 빈혈상태가 된다는 것이죠.
그 작은 도시를 우리 한국이라 생각하고, 이마트를 미국 기업이라 생각해도 마찬가지죠.
편하고 깨끗하고 분위기가 좋다고 해서, 젊은이들은 맥도널드에 켄터키치킨에 스타벅스에....
말을 하자면 끝이 없어요. 편의점 카운터에서 태연하게 마일드 세븐이나 말보로를 찾는 사람들.
그런데 사실 그런 '망국 현상'이 극을 달리는 곳이 있어요. 백화점이죠.
백화점 하면 어떤 그림이 떠오르죠?
1층 화장품 양품점 코너는 외국제품 차지, 2,3층 여성용, 4층 남성용, 5층 레저용품....
그래 여기 어느 구석에 ‘우리나라’ 제품이 제대로 명함을 내밀고 있나요. 보신 적이 있어요?
우리 집 식구 중 누군가가 뼈 빠지게 일해 벌어온 돈을 내가 나가 외국으로 날려 보내는 현장이죠.
아무 생각 없이 습관적으로 해외로 송금하는 이들, 그래, 요즘 취직이 힘들다는 불평을 할 자격이 있기나 하나요?
조용히 듣고 있던 처제가 백화점 명품 이야기가 자기를 빗댄 것이라 느꼈는지, 날카롭고 독하게 쏘아붙인다.
형부는 밤낮 무슨 고급제품 만들어 승부를 걸겠다고 하는데, 사실 그거 꿈만 야무진 거 아녜요?
명품이 무슨 물건을 말하는 줄 아세요? 상표에요 상표! 주제 파악 하셔야죠.
가격으로 승부하래요. 그것만이 살 길이래요. 우리 남친 얘기예요.
이렇게까지 나를 내 사업을 비참하게 짓밟아야하나? 뚝틀이가 부들부들 떤다.
말 한 번 잘 했다. 근데, 처제랑 또 언니, 정작 물건을 사러가서는 어떻게 하곤 하지?
생활비 아낀다고 요건 중국제. 실용적이라고 요건 일제, 언제 한번 손이 안으로 굽어 우리 물건을 사본 적이 있기나 해?
모두들 다 그런 식인데, 우리나라 회사들은 이제 도대체 무엇으로 어떻게 견디지?
가족들 사이 분위기가 이래서는 안 되겠다싶었던지 옆집 아줌마가 끼어든다.
너무 걱정 마세요. 소나타랑 갤럭시랑 또 무슨 반도체라더라 그런 것은 수출 잘된다고 하잖아요?
아하! 그래요? 그래 자동차랑 휴대폰 또 무슨 반도체 잘 팔린다고 어디 그 돈을 우리들에게 배급이라도 준답디까?
백화점 매장을 가득 메운 그 외제 물건들, 그게 꼭 백화점의 얄팍한 상혼 그 때문일까요?
잘 팔리는 물건을 눈에 잘 띄는 곳에 진열해놓는 게 그 사람들 잘못인가 말이죠.
외국계 호텔 식당에 앉아 ‘명품 백’ 이야기에 외제 골프채 이야기에 열 올리는 無腦族들.
잘 나가는 부모들이 종업원 줄 돈을 착취해 사준 돈으로 외제차를 타고 다니며 거드름을 피우는 젊은이들을 보세요.
그 돈들이 다 밖으로 날아가지 않고, 아직 우리 이 땅에서 돌고 또 돌고 있다면.... 그런 생각은 해보셨나요?
‘지폐 돌리기’ 게임에서 소외당한 사람들의 한숨소리가 들리나요? 땅 꺼지는 그 소리가요?
아빠 사랑해! 이 따위 입바른 소릴랑 이제 집어치워야죠. 참회하는 마음으로 애들에게 얘기해줘야죠.
아빠가 직장 잃는 것도 삼촌이 취직을 못하는 것도, 엄마가 이모가 신세계/현대/롯데만 찾은 때문이라고.
아이들 손잡고 재래시장 한 번 가서, 별별 희한한 옷이랑 신발 그 중 하나 애들 맘에 드는 것 사주며, 들려줘야죠.
생일선물 졸업선물로 우리 것을 사면, 외국으로 빠질 돈을 그만큼 건진 것이니, 우리들이 직접 수출한 것과 다름없다고.
그러면 다시 아빠도 일자리를 얻고 삼촌도 이모도 돈 벌 수 있으니, 그보다 더 큰 가족 사랑이 어디 있겠느냐고.
(지난 글을 다시 읽으며 정리하다보니 사실 내 자신이 정말 부끄럽다. 이런 이야기를 남들에게 할 자격이나 있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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