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에는 세 가지 행운이 있다고들 한다.
첫째는 어떤 부모의 유전자를 가지고 태어났나 하는 것이요,
둘째는 어떤 환경을 만났나 하는 것이요, 셋째는 문자 그대로 ‘사람 팔자 알 수 없네.’의 그 팔자라고.
‘연을 쫓는 아이’ ‘천 개의 찬란한 태양’ ‘그리고 산이 울렸다’ 연속적 작품을 쓴 할레드 호세이니.
그가 폐허가 된 고향 아프가니스탄을 찾은 후, 자신의 가족 특히 불평을 쏟아내는 아이들을 보다 그에게 드는 생각.
“저들이 내가 보고 온 그곳 그 아이들 중 하나라면? 저들은 단지 ‘birth lottery'에 당첨되어 미국에서 태어난 것일 뿐인데....”
부모를 선택해 태어날 수 없는 존재에게 있어서 이런 행운은 문자 그대로 ‘복권’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말하자면 요새 우리가 자주 접하는 흙수저 금수저 그런 이야기인데, 꼭 출생성분만을 의미함이 아니다.
이야기를 잠깐 다른 쪽으로 틀어본다.
지금도 내 가슴을 아프게 하는 10년 전 기억. 이곳에서 처음 얻었던 뚝진이. 이 녀석은 정말 똑똑했다.
데려온 지 며칠 후 이장 댁에 갔을 때. “가만히 앉아있어.” 그 한 마디에 정말로 오랜 시간 동안 문 밖에서 제 자리를 지켰다.
또 이 녀석을 데리고 수안보에 갔을 때, 길에다 앉혀놓고 차로 한 바퀴 돌아오고 왔을 때 그때까지도 그 자리에 그대로 앉아 있었다.
그런데, 이 녀석이 하도 옛 주인을 따라, 마음이 아파 돌려주었는데, 그렇게도 울부짖다 얼마 후 ‘먼 곳’으로 떠났다는 소식.
난 그때 며칠 동안 식음을 전폐하고 통곡에 통곡을 거듭했다. 내 어찌 그런 ‘경솔한’ 결정으로 '사랑'을 내쳤단 말인가.
같은 부모 사이에 태어난 sibling 사이에도 ‘하늘 땅’ 만큼의 차이가 있는 것이 현실.
그 후 ‘선물’ 받은 뚝디와 뚝뚝이. 하지만 이들은 사실 ‘팔리지 않는’ 퇴물이라 내게 ‘처분’되었던 것.
이들은 지금도 '가만히 제자리 지키기' 그런 것은커녕 '손을 주는' 귀염둥이 그런 '기본 동작' 흉내내지 못한다.
반대로 뚝틀이는 주인이 아껴 남겨두었는데 내가 그의 부재 중 빼앗다시피 데려온 녀석. 이 녀석이라고 다르지 않다.
어쨌든 이들은 어떤 수저를 물고 나왔든 ‘주인 잘 만난 행운’으로 10년이 흐른 지금도 ‘행복하게’ 살고 있다.
행복? 과연 이들 스스로도 행복하다고 느낄까?
얼마 전에도 뚝뚝이와 뚝틀이가 혈전을 벌여, 뚝뚝이 얼굴이 ‘완전히’ 찢겨나가다시피 했었다.
이 두 녀석 사이의 라이벌 의식. 주인이 지금 누구에게 가있는가, 이들에게는 어쩌면 그것이 행복의 척도일지 모르는 일이다.
어쨌든 ‘행운’은 ‘남들이 말하는’ 객관적 개념이요, ‘행복’은 철저히 주관적 개념.
첫 번째 행운이 자동적으로 두 번째로 이어지는 것도 아니요. 이어진다 하더라도 그것이 꼭 ‘행운’으로 느껴지는 것도 아니다.
그렇다면 세 번째의 運, 그것은?
아예 이야기를 이어 ‘개 팔자’로 말하자면 뚜코(뚝虎) 뚜키(뚝姬) 뚝배기(뚝白이) 뚜까미(뚝깜이) 이 녀석들.
이들 중 제일 ‘好男’이고 똑똑했던 뚜코는 결국 ‘주인의 사랑’ 그 때문에 집에 며칠 더 머물다 生父에 의해 命을 달리하지 않았던가?
아니 그보다 한 단계 이전, 뚝디와 뚝뚝이는 아무에게도 ‘매력’이라는 것을 보여주지 못했기에 지금 우리와 같이 있지 않은가?
아무리 선천적으로 좋은 소질을 가지고 태어났다 하더라도, 그가 만난 환경의 뒷받침이란 것이 없으면 행운은 없는 것.
한국 부모에게서 버림받았기에 프랑스 장관이 된 그 사람, 베트남 부모에게서 버림받고 독일 장관이 된 그 사람.
시리아人 生父에게서 버림받고, 生母도 내쳐, 그들보다 교육수준이 낮은 양부모 밑에서 자란 스티브 잡스.
지금 내가 개 이야기나 무슨 위인전 그런 이야기를 하려함이 아니다.
내 어렸을 적, 삼국지나 영웅전의 인물들은 ‘현실에서는 존재하지 않는’ 그런 사람들이었던 어린 시절의 친구들,
이 깊은 밤, 가장 친한 친구들이기도 했지만, 또 한 편으로는 내 존경의 대상이기도 했던 그들 생각에 가슴이 아파서이다.
신체적 우월성은 물론이고 모든 면에서 ‘초월적’ 존재였던 그들, 그들은 내게 있어서 ‘우상’에 다름이 아니었다.
어떤 면에서는 그들이 처해있는 ‘환경’ 때문에 그들의 ‘유전적 우성’이 더욱 더 빛을 발했다.
가장 험한 단어를 쓰면서 어울리게 해준 그들의 ‘관용’이 나에게는 ‘영광’에 가까웠다.
그렇다고 내가 ‘그런 위치’를 즐기느라 그들과 가까이 지낸 것은 아니었다.
그들과 가까이 지내며 그들의 '통 큰' 그 생각방법을 ‘흉내라도’ 내고 싶어서였다.
그런데, 그런데 말이다. 그들은 결국, ‘결정적 순간’에, ‘트랙’을 포기하는 쪽으로 삶의 방향을 틀었다.
자신들이 처해있는 ‘환경’을 ‘합리적 핑계’로, 그것이 마치 누구라도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는 무슨 권리라도 되는 양.
어쨌든 이들은 자신들에게 ‘보장된 길’의 싹을 스스로 자르는 ‘세상을 향한 반항’ 그쪽을 택했고,
그 ‘보장된 가능성’을 믿어 의심치 않았던 나에게 그것은 엄청난 충격이었다.
내 살아오면서 만난 수많은 사람들.
그 중에는 누구라도 거리감을 느낄 수밖에 없는 그런 ‘훌륭한 부모’ 밑에서 ‘부러운 환경’에서 자라난 이들도 적지 않았다.
하지만, 그들 대부분의 ‘그 후’ 모습에서 ‘충격’까지는 아니지만 거의 ‘연민’에 가까운 안타까움을 느끼곤 한다.
첫 번째 두 번째의 행운을 다 누린 그들의 나중 모습은 오히려 ‘한 인간의 한계’ 그 초라함일 뿐.
어디 꼭 옛날 추억만을 들출 필요가 있겠는가. 지금도 주위에서 보곤 하는 일이다.
내 어렸을 적 친구들 그들이 재생된 느낌의 어린 친구들이 이곳에서도 보이고,
또 ‘대통령 감’으로 생각했던 사람의 ‘초라한 실체’를 봐야만 하는 현실이 안타깝다.
이들에게서 보이는 모습은 그 두 번째의 행운, 환경의 결여라고 할까 아니면 세 번째 그 팔자 탓일까.
마음이 울적해질 때면 지금도 오디션 프래그램의 '명장면'들을 다시 보곤 한다.
Britain's Got Talent의 Susan Boyle, 또 Paul Potts.
무대에 등장할 때, 관객들의 표정. 볼 것이 없는 외모가 아니라, 차라리 '연예인'으로는 '차마 봐줄 수 없는' 쪽이다.
하지만 이들의 목소리가 나오는 순간. 터져나오는 박수, 관객들의 또 다른 표정. 이건 거의 '인간 승리의 순간' 그 자체다.
그런데, 그 후 그들에게서는 그런 감동을 느낄 수가 없다. 그들에게는 물론 공연의 연속 '꿈같은 날'이 계속되겠지만 말이다.
사실 어떤 공연에서는, 특히 수전 보일의 플라시도 도밍고와의 무대에서는, 그녀의 노래가 훨씬 더 다듬어지고 품격까지 깃들었는데도....
감동은 바로 전혀 '예상치도 않았던 일'에서만 가능한 것, 기대가 없어야 거기에 감동이 있을 수 있다는 것.
기대치가 생긴 그 다음은 실망이다.
이것이 삶 아닐까? 목표가 생긴 후에는 '행복'이니 만족이 설 자리가 없어진다는 것.
그렇다면 스티브 잡스. 호세이니. 그들에게는 첫 번째 두 번째 세 번째 어느 쪽 행운이 있었을까.
‘버려진 아이’가 아니었더라도 ‘지옥에 다름없는 고국’이 아니었더라도 그 ‘스티브 잡스’ 그 ‘호세이니’가 될 수 있었을까?
그들은 정말, '모든 사람들'이 생각하듯, 행복할까? 행복했을까? 만족과 행복....
어디 어찌 그런 인물뿐이랴. ‘역사책’에는 나오지 않는 예술가들의 생애.
어느새 또 한 밤이 지나고 밖이 환해졌다.
아름답고 품격어린 저 老松들. 백년을 넘게 살아온 저들에게 있어서 행운이란?
이 세상이란 어차피 생명체들 서로가 서로와 사투를 벌이는 곳이니 어차피 ‘험하고 악한 것’으로 가득 찬 곳.
험함과 악함이란 ‘내 입장에서의 생각’ 대신, 그것을 ‘자연스러운 모습’으로 받아들이며 자신을 키우는 것 이것이 삶 아닐까?
‘뚝틀이’ 이 녀석의 이름을 빼앗아온 내게 있어서 행운이란? 정말 진정한 의미에서 우리의 삶에 행운이란 것이 있기는 있는 것일까?
내가 혹 엄청난 행운 그 연속적 혜택을 입은 당사자이면서도, 실체라는 것이 있을 수 없는 ‘행복’이니 ‘삶의 의미’니 그런 쓸데없는 타령에 스스로를 괴롭히고 있는 것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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