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겨울 처음으로 몇 년 겨울 지나면서 처음으로 손에 마비가 오지 않고 지내고 있다.
어제는 처음으로, 이번 겨울을 지나면서 처음으로, 밖에 의자를 내놓고 흐린 하늘이 주는 '밝음'을 즐겼다.
올림픽 금메달리스트 들의 뉴스에도 감흥이 별로 없다. 단 하나의 예외, 의성 낭자들의 모습, 그것만이 내게 어떤 느낌을 준다.
버킷리스트를 적을까 생각도 해봤다. 하지만 놀랍게도 적을 것이 없었다.
복권에 당첨되면 무얼 할까 그런 생각으로라도 의미를 찾아보려 했다. 할 게 없다.
아니, 하나 있다. 캘리포니아로 가서, 그곳 스포츠카 렌트 프로그램을 즐겨볼까 그런 생각.
아주 오래 전 무엇에 빠져들었었나 생각해봤다. 삼국지. 중학교 때, 도서관, 그 두꺼운 녀석을 몇 번씩이나 읽었던지.
또 있다. 바둑과 골프. 늙은 다음 소일할 수 있는 것으론 이 둘밖에 없다는 그런 생각까지도 해가면서. 지금은 근처에도 가지 않는다.
어제 그제는 그래도 묘한 활력을 느낄 수 있었다. 오랫동안 덜컹이던 자동차가 마음 잡고 조용해져서였다.
근처에 베트남 쌀국수 집이 생겼다. 근처라는 그곳, 시골길 왕복 52km. 국수에 월남커피. 그저 그랬다.
눈이 갑자기 흐려지곤 한다. 기운이 갑자기 사라지곤 한다. 휘청. 게을리 않고 투약 중이다.
요양원의 간병사들. 어떤 때는 가끔 천사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어떤 때는 말이다.
치매란? 논리적 생각체계가 사라지고 본능만이 남는 단계. 어쩌면 축복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