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9 시인과 농부 레미콘 위주의 작업단계가 끝나자 한꺼번에 많은 사람들이 달라붙어 법석을 떨던 분위기가 사라지고 갑자기 모든 것이 조용해진다. 요란함 속에서는 개인이 전체에 묻혀버리지만, 차분함 속에서는 개별악기의 선율이 들린다. 이제 시인과 농부가 경기병을 몰아낸 형국이 되었고, 일하는 사람들이라는.. 학고개솔숲 이야기 2009.01.18
c-8 햄릿이냐 돈키호테냐 일층은 선이 면을 만드는 수채화 작업이었지만, 이제 이층은 하나하나의 선이 그대로 살아나는 판화작업이 될 것이다. 어떤 모양을 만들 것인가. 원래 구상이었던 귀틀집이 당연히 우선순위 제1호다. 좋은 그림 만들기에 성공만 한다면 지금이라도 일층 레미콘 작업 때 모른 척 외면했던, 자기 스스로 .. 학고개솔숲 이야기 2009.01.18
c-7 경기병 서곡 죽어가던 웅덩이에서 기운이 다시 솟아난다. 그동안 시간이 제법 흘렀던 탓에 웅덩이 여기저기가 무너져 내려 다시 포클레인을 부른다. N은 옳다 이때다 하고, 계곡으로부터 올라오는 바람의 방향을 고려하여 집 방향을 약간 동쪽으로 틀기로 한다. 설계도는 그대로 유효한데 기준선의 방향만 동쪽으.. 학고개솔숲 이야기 2009.01.18
c-6 혼돈 속 1004 혼돈 속으로 빠져들어, 컨테이너 박스 문 앞에 앉아 하늘 한번 양어장 한번 쳐다보며 한숨짓는 N에게 C사장이 다가온다. “형 소문 듣고 찾아왔수. 손가락도 부러졌다면서요.” 이곳 마을에선 모든 것이 리얼타임으로 전파된다. 양어장 깊이도 다 알려져 있는 데, 설익은 솜씨로 말뚝 박다가 엄지손가락.. 학고개솔숲 이야기 2009.01.18
c-5 카오스 효과 신중 또 신중. 준비는 신중할수록, 또 행동은 빠를수록 좋다지 않는가. 귀틀집이라는 것에 매달려 그림을 그리고 또 그린 지 벌써 한 해가 지났다. 이제 실제 환경과의 타협이라는 다음 단계로 들어갈 때다. 그 솔숲에서 한 20분 떨어진 곳에 도시 흉내를 낸 마을이 있다. 병원도 있고 약국도 있고, 또 음.. 학고개솔숲 이야기 2009.01.18
c-4 카프리치오소 이제 N에게 화폭이 생겼다. 꿈이란 그림을 마음대로 자유롭게 그릴 화폭이 생긴 것이다. 그에게 있어선 이 학고개에 세워질 집도 목표물이 아니라 그곳에서 펼쳐질 이야기의 시작이다. 새로운 시작이 일으키는 흐름. 그것은 또 하나의 꿈이다. 하지만 어쩐다. 그에겐 집 설계는커녕 그 비슷한 경험도 전.. 학고개솔숲 이야기 2009.01.18
c-3 마침표 이제 미루고 미뤄왔던 일에 결말을 낼 차례다. 직장을 정리하고 떠나는 것. N은 평생 꿈으로 살아왔고, 그의 직장은 주식회사 대한민국이었다. 몸과 마음이 이토록 피폐해진 상태에서, 나의 역할을 제대로 해내지 못하면서, 자리가 아까워 시간만 보내는 것, 그것은 내 스타일이 아니다. 하루라도 빨리 .. 학고개솔숲 이야기 2009.01.18
c-2 새 터전을 찾아 스러져가는 몸을 추스르며 N은 생각한다. 연장이냐 시작이냐. 자연스런 귀결은 당연히 하나. 이제 끝을 내자. 이생을 끝내자. N은 산을 찾는다. 언제나 그랬듯이. 어렸을 적, 아주 어렸을 적부터 그랬듯이, 괴로움이 쌓일 때마다 그랬듯이. 해가 진 다음이건 아직 짙은 어둠 속 새벽이건 상관없이 산길로 .. 학고개솔숲 이야기 2009.01.18
c-1 삶 그리고 꿈 삶이란 무엇인가. 삶은 만남이다. 나와 나 아님과의 만남이요, 또 나와 나 자신과의 만남. 그것이 삶이다. 만남은 흐름을 일으킨다. 몸이 어울리며 마음이 부딪치며 일으키는 흐름. 그 흐름이 바로 삶이다. 만남에 만남이 이어지며 흐름에 흐름이 섞인다. 뒤섞이는 흐름 그것은 이야기고, 그 이야기가 바.. 학고개솔숲 이야기 2009.01.18